집, 사람을 품다 5

나는 왜 벼락거지가 되었을까

by 꿈부

'나는 왜 벼락거지가 되었을까?'


자산 인플레이션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정직하게, 묵묵하게
회사에서 맡은 일을 해내며
평균 이상의 삶이라 여겼다.

주말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매달 적금을 붓고,
신용카드는 결제일 전에 갚으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있었다.

주변 친구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몇 년 사이 수억을 벌었다.


나는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며
대출 이자를 감당하고 있었는데.

‘왜 나는 더 가난해지지?’

그의 한숨이 짙고, 길었다.


나도 그랬다.

중개를 시작하기 전까지
전셋집을 전전했고,
만기가 돌아올 때면
늘 전전긍긍했다.


네이버 부동산을 열어
시세를 확인하고,
얼마를 더 마련해야 할지
머릿속 계산기를 돌렸다.

그리고는 소리 없는 한숨을 삼켰다.


그러는 사이
집값은 보증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올랐다.

나는 여전히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성실히 내고 있었고,
친구는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아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우리 집은
늘 ‘임시 거처’였고,
친구의 집은
점점 ‘자산’이 되어갔다.

전세 만기가 올 때마다
친구의 자산은
내 보증금의 몇 배로 불어나 있었다.


나는 제자리에 있거나,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속상했다.
자존심도 상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
불안이 밀려왔다.


‘우리 애들이 대학 갈 때쯤엔
도대체 어디서 살아야 하지?’


그 생각이 떠오르면
괜히 남편에게 화를 냈다.

연봉이 작은 게
그의 잘못이 아닌 걸 알면서도,
내 불안을 감당해 줄 곳이
그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함이 크다.


다시,
중년의 가장 이야기다.

친구들의 성공담이
그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던 중,
불장이 다시 시작됐다.


“이틀 만에 몇 억 올랐다.”
“어제 샀는데 오늘도 올랐어.”


뉴스에서도,
지인들 모임에서도,
아이 학원 앞 엄마들 대화에서도
그 말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을수록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정부는 대출을 조였다.
규제를 강화했다.
그는 단지,
내 가족의 집 하나 마련해보려 했을 뿐인데
그 시도조차, 허락되지 않는 듯했다.

현금이 부족한 사람은
더는 따라갈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처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하는 무력감을 느꼈다.


집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었다.
가족의 기반이었고,
가장으로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보호막이었다.

그 보호막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도 집을 본다.
감당할 수 있는 집,
살 수 있을 것 같은 집,
우리 가족을 지켜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집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벼락거지란 말은
가볍게 들릴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좌절,
성실했지만 뒤처진 이들의 분노,
아이들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마음.

나는 그 마음을 안다.
겪어봤으니까.
어쩌면 지금도,
그 무게를 견디며 살고 있으니까.


집은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려 애쓰는 마음은
여전히
버겁고, 절실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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