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안 되는 날들이 있었다
뭘 해도 안 되는 날들이 있었다.
하는 것마다 빗나가고,
스스로가 싫어져서 “왜 그랬을까” 자책만 늘어가던 날들이.
그럼에도 나는 버텼다.
나는 해냈다.
나는 살아냈다.
그 살아냄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쌓아온 부동산 투자에 자신감이 붙었었다.
나는 어느새 모든 걸 숫자로만 계산하고 있었다.
수익률, 전세가율, 상대적 가격...
그 숫자들은 성공적으로 커져갔었다.
하지만, 2021년.
최고의 급등장이 찾아왔을 때
나는 변화를 읽지 못했다.
금리가 오르고,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흐름이 눈앞에 있었지만
여전히 지방에 채수를 늘리며 확장에만 몰두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급등한 금리,
다주택자를 겨냥한 증세,
거래절벽 속 역전세…
그 모든 돌멩이들이 한꺼번에 굴러왔다.
나는 매일 그 돌들을 치우느라 숨이 막혔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그저 버티는 게 삶의 전부였다.
계산기를 수십 번 두드렸다.
‘오늘은 또 어떻게 넘길까?’
'다음은 뭐지?'
답을 찾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나이 오십이 면 웬만한 헛디딤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줄 알았다.
담대함이 커져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헉헉댔고, 무서웠고,
죽을 것 같았다.
그런 숨 막히는 날이면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일에 집중을 못했다.
그럴 때마다 걸었다.
자주 찾았던 곳이 봉녕사였다.
복잡한 도시 길에서 조금만 돌아 들어오면
고요히 나를 받아주는 사찰이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걸었고,
햇살이 스며드는 길을 걸었고,
비가 오는 길을 걸었다.
걸으며 스스로에게 묻곤 했었다.
“잘 살고 있는 걸까?”
“잘 가고 있는 걸까?”
"이 시기가 지나가긴 하는 걸까?"
돌이켜보면
2014년 처음 투자를 시작한 이후
내 자산의 숫자는 몇십 배로 늘었다.
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좁아졌다.
많이 가진 만큼 더 불안했고,
더 큰 욕심이 나를 흔들었다.
숫자가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하지만 끝내 삶을 지탱해 준 건 숫자가 아니었다.
숫자를 치우며 얻은 깨달음,
시련 끝에 얻은 통찰은 바로 '마음’이었다.
숫자는 오르고 내리지만,
따뜻한 햇살, 고요한 바람,
곁을 지켜준 사람들,
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나 자신,
그것들이 나를 살게 했다.
이제 나는 숫자보다 마음을 먼저 본다.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
한 걸음씩 조심스레 걷는다.
언젠가 숫자는 사라져도,
단단해진 마음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테니까.
혹시 지금,
숫자에 흔들리고 돌멩이에 걸려
지쳐 있는 당신이 있다면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고요를 찾아 걸어보라.
그 고요 속에서
당신이 처음 가려했던 길이
다시 보일지도 모른다.
숫자에 쫓기지 말고,
당신의 마음을 먼저 살펴라.
그 마음이야말로
당신을 끝내 일으켜 세울 힘이 된다.
내가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