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람을 품다 11

그 집은 우리에게 대궐이었다

by 꿈부

그날, 작은 휴대폰 화면에 꾹 눌렀던 서명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시작이 되었다.

나도 그랬고,
지금 그들도 그러하듯이.


첫 집은 늘 설렘이다.


5억 원대 첫 집을 계약한 신혼부부가 있었다.
직장 위치상 화서역 쪽으로 집을 알아보던 이들이었다.

상담을 받고 갔던 분의 소개로 찾아온 부부는
몇 주 동안 동네와 단지를 비교하며 치열하게 고민했고,
마침내 첫 집 계약을 마쳤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 속에서도
보라는 건 보고, 하라는 건 하면서
부지런히 움직였던 모습이 기억난다.


계약 당일.

다시 서류를 검토하고,
매도인의 신분증과 계좌번호를 몇 번씩 확인하고…
전자계약 어플 화면 위에서 둘은 차례로 사인했다.
작은 휴대폰 화면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쓰는 그 사인 하나.
그게 앞으로의 삶을 크게 바꿀 출발점이 될 줄,
그들도 알았을까?

알았을 것이다.

서명이 끝난 뒤, 바로 이어진 ‘이체’ 순간.
몇 천만 원의 돈이 오가는 그 찰나의 순간은
늘 가장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계좌번호 숫자 하나, 이름 한 글자까지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며,
동그라미 일곱 개를 세고 또 센다.

아내는 손에 땀을 쥐고 화면을 바라보고,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지?” 하고 재차 묻는다.
작은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이체 완료’라는 문구가 떴을 때
두 사람은 매도인을 향해 “이체했습니다” 하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제야 길게 숨을 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인생의 가장 큰 숙제를 해냈다.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시대,
신혼부부가 5억 원대 아파트를 마련했다는 건
용기이자 결단이다.

더 넓은 평수, 더 좋은 입지를 꿈꾸지만,
지금의 조건 속에서 가장 알맞은 균형을 찾아낸 것.
그게 진짜 ‘잘 산 집’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조차 벅찼다.
대견하기도 했고,
불현듯 내 첫 계약서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의 첫 집은 17평 민간임대아파트였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8만 원.
방 하나와 거실 겸 부엌이 이어진 구조.
가난했다.
하지만 그 집은 내게는 대궐이었다.

7 식구가 방 두 칸에서 복작거리며 살던 친정살이를 떠나
처음으로 남편과 단둘이 가진 공간이었다.
그게 얼마나 벅차고 설레던지.

첫 아이를 낳고,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그 집에서 4년을 살았다.
20대 후반의 모든 순간이 담긴 곳이었다.


그 2,000만 원 보증금이,
25년이 흐른 지금은 몇 배의 자산이 되었고,
집은 세 배쯤 넓어졌다.

하지만 그 첫 집이 우리에게 심어준 건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꿈의 크기였다.


집은 그런 것이다.

단순히 돈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
용기와 믿음,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이 함께 담겨야 한다.

신혼부부가 꾹꾹 눌러쓴 전자계약서의 사인,
그 화면에 찍힌 동그라미 일곱 개,
땀 쥔 손끝과 떨리는 목소리…

그 모든 순간이 모여
한 가정의 첫 무대가 만들어진다.

그 무대 위에서
아이도 자라고, 사랑도 자라고,
함께한 시간들이 쌓여 간다.


내게도 그랬듯,
그 부부에게도 그 집이
하루하루의 기적이 되기를.

그 집이 언제나 따뜻한 안식처이자
더 큰 꿈을 키워가는 출발점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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