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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Oct 19. 2021

사는 이야기 <화이자 2차 접종+스칸디아모스 공예>

두근두근 접종 이야기

그간 글을 쓰지 못했다. 작가 합격했다고 신나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느슨해져 버렸다. 핑계를 찾자면 화이자 접종을 했다. 1차 접종 후 두근거림이 있어서 2차 접종은 사실 많이 두려웠다. 쓸데없이 유서도 써보고 대청소도 미리 해놓고 아이들 겨울옷도 꺼내 놓으며 별의별 짓을 다했다. 그러고는 일 다했놓았으니 접종 후엔 무조건 쉬어야지, 무조건 누워야지, 무조건 약 먹어야지! 했는데.......,




아들 둘에 신랑까지 아들 셋 있는 나에겐 휴식은 사치였다. 게다가 요즘 자꾸 가죽공예에서 다른 공예로 외도(?)를 하고 있는데, 하필 주사 맞는 날 라탄 공예에 이어 스칸디아모스 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이러했다. 라탄 공예 선생님께서 온라인으로 수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스칸디아모스 수업을 추천을 해주셨고, 엉겁결에 조건이 돼서 신청했는데 합격해버린 것이다.  심지어 2차 접종 당일날부터 하루에 6시간씩 7일을 수업하는 일정이었다. 이런 빡센 수업을 신청했다고? 나 자신도 '나'님이 대책 없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주사 무서워서 유서 쓰던 사람 어디 갔나요? 쉬겠다던 사람 어디 갔나요?

조금은 당황했지만, 그래 스칸디아모스 뭐 힘쓰는 일이겠어? 힘들면 잠깐씩 쉬면서 수업하고 듣고 나서 신랑한테 며칠만 저녁 부탁하고 좀 자면 되지 했다.




결국 날은 다가왔고 난 아침부터 온라인 수업에 분주하게 움직이다 주사 맞고 집까지 달려와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다행히 첫날은 이론과 블로그 수업이어서 편히 들을 수 있었다. 볼펜 드는 것조차 걱정해가며 6시간의 길고 긴 수업을 잘 마치고 아, 해냈다! 하고 침대에 누우려는 순간! 딱 때마침 남의 편인 '남편'님이 연락이 왔다.

"출장 갔다가 집에 가는데 길이 너무 많이 막혀~ 저녁 먼저 먹어"

먼저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누가 밥해주냐고~~~! 때마침 태권도 마치고 집에 온 큰아들은 배고프다고 징징징..., 부랴부랴 저녁을 했다. 미리 끓여서 잔뜩 담아둔 된장국을 꺼내다가 냄비를 놓쳐서 치운다고 일일이 걸레질하며 난리 부르스를 떨었다. 이상하게 팔에 힘이 빠졌다. 당일이라 그런가?

이제 줄 것도 없고 대충 아까 전에 엎어지다가 남은 된장국을 큰아들 주고  작은 아이랑 나는 급하게 간장계란밥을 비벼먹었다. 다행히 친정엄마표 알타리김치가 있어서 간장계란밥도 훌륭했다. 한 숨 고르고 1분 쉬었을 무렵, 곧이어 신랑이 왔다. 짜빠게띠 끓여먹겠다는데, 출장 다녀와서 몇시간 운전하고 온 사람을 라면 먹여야겠냐 싶어서 마지막 밑천인 며칠 전 많이 끓여서 내 점심으로 남겨 두었던 청국장 한 그릇 싹~ 끓여서 김이 모락모락 냄새도 모락모락 하게 밥상에 올렸다. 맛나게 먹은 신랑은 양심은 있던지 조용히 일어서서 다 치우더니 설거지를 한다. 그 뒷모습 또 왜 그리 짠한가요?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눈 질끈 감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이제야 누워본다. 긴 하루였다. 막상 누워보니 아픈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이마를 짚어보니 괜찮기도 하고 뜨거운 것 같기도 하다. 아리송하지만 현재는 괜찮아 보인다? 오늘 하루 종일 스케줄을 보니 평소보다 더 바빴다. 뭐 여하튼 당일은 잘 흘러갔다.




그다음 날도 가관이었다. 한 달 전쯤 고양 과학 환경페스티벌인가? 아이들 수업을 여러 개 신청해서 그걸 봐준다고 아침부터 정신사납게 돌아다녔다. 나의 며칠 전 계획으로는 남편에게 일정을 알려주고 나는 쉬는 것이었는데, 수업이 처음 메타버스?를 이용한 것이라 비번을 자꾸 넣으라는데 알려주신 비밀번호는 틀리고 수업도 못 찾아가고 쌍으로 두 아이가 모두 헤매고 나 또한, 스칸디아모스 공예 두 번째 수업은 실습이라 처음 접해본 공예에 나도 헤매고  진짜 총체적 난국이었다. 컴맹인 나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내 수업을 들을 예정이었는데, 남편은 갑자기 두통이 밀려온다며 약을 먹고 누워버렸다.

"주사는 내가 맞았는데 왜 니가 아프냐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급히 상황 정리를 한 나는 아이들에게 수업 들어가는 요령과 수업 키트를 알려주고는 신신당부했다.

"아빠도 아프시고 엄마는 수업 들어야 하니까 너희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업만 듣는 거야. 엄마 쉬는 시간에 잠깐 와서 물어봐도 되지만 처음부터 해줄 수 없어. 알겠지?"

"응 엄마, 엄마 아프니까 내가 해볼게!"

웬일로 말을 잘 듣지? 울컥 가슴이 찡하다. 하지만 역시 그렇듯,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나의 착각은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


"엄마~ 나 이거 안돼~"

"엄마, 나 갑자기 배고파"

"엄마 수업 안 들어가져~"

"엄마 테이프 어딨지?"

속에서는 천불이 나도 웃으며 대답하고 참았다.  수업에 줌으로 나의 표정이 나올 테니까, 누가 지켜볼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씨씨티비 있는 곳에서 일을 못한다는 말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 웃는척하며 아이들 때문에 왔다 갔다 하고 동시에 스칸디아모스 수업에서는 얼마나 많이 글루건 총을 쓰는지 양팔이 남아나질 않았다. 글루건 총이 제대로 작동을  해서  힘을 다해 눌러야 했다. 분명히 어제저녁에 우리 시어머니가 주사 맞은 팔은 절대 쓰지 말랬는데, 어떡하지? 하며  '착한 아이콤플렉스' 도져서 무조건 열심히 해서 선생님께 칭찬받으려고  먹던  가지 다해 글루건 총을 쏘아대며 멋지게 작품 3개를 마무리했다.





이래저래 하루가 가고 쉬는 사이에 점심은 대충 컵라면과 간식으로 때우고 무사히 아이들과 나의 전투를 마쳤다. 저녁시간에도 잠깐 쉬어보려 하니 큰 아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여자사람 친구지만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편지가 사라졌다고 몇 시간을 찾아 헤매다 결국 내 손으로 찾고는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시켜먹기로 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의 2년의 순정을 위해 어깨의 결림을 참아내고 온 집안을 뒤져서 찾아드리고 나니 맥이 풀려서 도저히 저녁까지 남은 힘이 없었다. 열심히 찾을 때는 아무 말 없더니 쌀국수를 먹는데 큰아들이 물어본다.

"엄마, 주사 맞은 팔은 괜찮아?"

"응 무조건 괜찮아야만 하는 날이라서 괜찮아졌어. 그젯밤에 엄마 주사 맞는다고 울었던 아들들 어디 갔니?"


민망하게 웃던 아이들은 금세 쌀국수 맛에 엄마 팔은 잊어간다. 주사의 두려움도 근심도 한 번에 날아간 날이었다. 물론 아직도 걱정이 된다. 1차 접종 후에 두근거림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서 애플 워치까지 사서 열심히 확인해보고 있다. 큰 이상 없이 지나가길 기도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에 주사를 맞았고 또 엄마이고 아내이기에, 하고자 하는 일이 있기에 괜찮아야만 했던 하루.....,

지나고 나니 웃음도 나고 정신없이 분주했던 내가 기특하다. 아프지 않아서 감사 요즘, 되려 주위에서 괜찮냐는 연락이 올 때마다 깨닫곤 한다. 아, 나 주사 맞았지? 괜찮은거 같아?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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