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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Oct 20. 2021

사는 이야기 <밤 12:30분, 이 날씨에 모기라니?>

자다 깬 신경질 나는 밤에 놀라운 깨달음

달콤하게 깊이 자다가 정말 오랜만에 꿈속에서 엥~~~~

모기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손을 저어대다가 깼다.

비몽사몽간에 불을 켰는데 유일하게

이불 밖의 맨살이었던 손목이 퉁퉁 불어 터지고 가렵다.


모기 알레르기가 있아서 한번 물리면 한 동안 가렵고

피딱지가 앉을 때까지 긁어댈 것이 눈에 선해졌다.


아... 신경질 나고 열 받는 이 느낌!

동시에 밀려오는 강렬한 이 마음!

'잡아 죽여 버리겠다'

'전기모기채로 사지를 태워버리겠다'

'네 녀석을 반드시 박멸시캬버리겠다'


모기는 언제 물었냐는 듯 조용하다.

1시간째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내가 싫다.

다시 자보려 애쓰지만 잠이 안 온다.

하아, 작은 모기 하나로 하룻밤을 날린 기분이다.


저녁에 작은 아이가 친구와의 일로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하였는데

문득 이러고 있는  꼴에 웃음이 난다. 

이깟 모기 하나도 내 맘대로 안되는데

세상 사람들 일이야 어떻겠느냐?


그냥, 모기 같은 일이었다 여기자.


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일들이

한방에 완전히 해결되길 바라는

바보 같은 내가 반성되는 혼자만의 밤이다.


모기는 모기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이 추위에 모기가 종족 번식에

참으로 애쓰네 싶은

모든 것이 차차 용서되는 혼자만의 밤이다.


그러다 잡혀서 깔끔히 저세상 가주면

얼마나 좋을까 미련하게 기대하는 혼자만의 밤이다.


미쳐서 적어놓고 낮 돼서 부끄럽지 않을까 고민되는

어두운 밤에 폰으로 끄적이는

혼. 자. 만. 의. 밤. 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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