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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Oct 28. 2021

사는 이야기 <스칸디아모스 공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스칸디아모스를 활용한 온라인 창업 수업' 이수

스칸디아모스가 뭔지도 잘 모르는데 우연히 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나는 늘 인복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 준 수업이었다.

시작은 이러했다. 가죽공예를 배울 당시 딱 한번 유치원으로 보조 강사로 나간 일이 있는데, 그때 같이 보조 강사로 수업을 진행했던 선생님께서 라탄 공예 수업도, 이 스칸디아모스 수업도 전문 강사 셔서 이 수업을 추천해주신 것이다.

선생님께서 매번 나를 이렇게 챙겨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지금 작게나마 공방을 운영 중인 내게 여러 가지 접해보고 같이 하면 더 좋을 내용이라고 하셨다.


처음에 어떤 내용의 수업인지 들어가 보았는데, 우와~ 우리 아이들이 종종 학교에서 만들어왔던 작품이었다.

스칸디아모스는 스칸디아반도에서 자생하는 이끼의 한 종류로 순록이 먹는 이끼라 해서 순록 이끼라고도 불린다. 체취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국제 표준에 맞춰 정확하게 한정된 수량만 채취한다.  

체취한 후에는 미네랄 성분으로 오래오래 보존되도록 만들어준다고 했다.


스칸디아모스는 평균적으로 50년 정도 살 수 있고, 물이나 햇빛이 없이도 잘 사는 이끼다. 이밖에도 단열 효과와 흡음성, 내화성(실험을 통해 화기에 강한 성질임 알려짐)으로 요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스칸디아모스의 양이 많을 때는 제습, 가습도 가능하고 모스가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집안의 공기 중에 대기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한쪽 벽면 전체를 모스로 만드는 인테리어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요기까지가 내가 공부한 내용이었다. 짧은 시간에 알차게도 배웠다. 하루 6시간씩 2주일에 걸쳐 50시간을 강행군이었다. 덕분에 집에스칸디아모스 작품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제작할 땐 몰랐는데 집에 진열하고 나니 정말 예쁘고 식물이 주는 평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식물이라면 뭘 키워도 다 죽이는 능력이 있는 나로선, 집안이 푸릇푸릇 해져서 기쁘다. 물을 줄 필요도 없고 꽃 창가에 둘 필요도 없다. 정말 귀차니즘을 가진 사람에게도 제격이다. 수업을 마치고 한동안을 고민했다.

가죽공예가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둘을 어떻게 하면 콜라보할까 하는 고민이었는데, 잘 모르겠다. 그냥 둘 다 너무 재밌고 즐거운 공예다.


자연물이 소재로 또, 오래 보존되는 장점이 있다. 모스도 가죽도 한 생명이 지나친 부산물이다. 더욱 소중히 다루어야 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사용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 목적에 부합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스칸디아모스는 이끼식물이기에 딱 본인의 모습대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가죽공예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게 자연스럽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라보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게 된다면 정말 멋진 작품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수강생의 마음으로 수업을 듣게 돼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다시 바쁜 일상에서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 느낌이다. 이제 본캐로 돌아가서 바빠져야 하는데 현실은 왜 이리 쓸데없이 잡다한 일만 늘어나는 것인가? 오늘도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다.


게으름과 부지런함 그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

모호함과 확실함 그 어딘가에 서있다.

열정과 냉정 그 어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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