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스트랩 바느질 3일째가 되어서야 드는 생각들
어깨 스트랩 바느질을 3일째 하고 있다. 이번에 시작한 가방은 어깨 스트랩부터 시작해 봤다. 마지막이라 여겨지는 작업을 시작점에서 해보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
왜 늘 어깨 스트랩 줄은 마지막에 했을까? 마지막이라 여긴 작업을 시작점으로 두고 나니 이 또한,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깨 스트랩만 마쳐도 반은 마친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생각 없이 멍하게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무한 바느질, 무한 베이스코트,
무한 사포질, 무한 엣지 바르기’
바느질 1번에 베이스코트, 사포질, 단면에 엣지 바르기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마무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업이다. 스트랩 길이가 120cm 정도 된다. 이 길이를 양쪽에 바느질하고 위에 베이스 코트라는 물약을 가죽 단면이 매끄러워지도록 발라준다. 말리고 난 후에는 베이스 코트를 바른 가죽 단면을 평평하게 사포질을 한다. 그리고 난
후에 엣지라는 이름의 색이 나는 물약을 바르기를 하고
말려준다. 동일하게 가죽 단면 윗부분이 매끈하고
통통하게 마무리되도록 사포질을 하고 덧바른다.
지구력이 부족한 나에게 이런 인내의 시간은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가방은 지루한 어깨 스트랩 작업을 시작점에 두고 나니 이미 가방 작업을 다 끝낸 것도 같은 마음이 들어 마치고 나니 정말 개운하다.
그러고 보면 난 늘 맛있는 것 먼저 먹는 주의였다. 맛있는 거 홀랑 다 먹어 버리고 나면 나중에는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서 꾸역꾸역 울며 겨자 먹기로 먹었다. 이런 나의 성정을 비추어 봤을 때, 가방 작업도 사실상 어깨 스트랩은 가장 싫어하는 작업이기에 뒤로 넘긴 것이다. 가방을 만들 때마다 제일 지겨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가방 본판을 만들 때는 진행과정도 눈에 쏙쏙 들어오고 작업 과정 하나하나 연결하고 바느질하면서 완성할 때마다 즐겁고 신난다. 소시지 반찬 먹을 때는 입에 넣지 마다 딱 와 맛있네~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가방 본판 작업은 하나 마치면 손잡이 되고, 하나 마치면 장금 장식되고, 하나 마치면 가방 형태가 잡아지고 정말 성취감이 작은 하나하나의 순간에도 느껴진다.
반면에, 나물반찬, 김치는 몸에 좋은 거 누구나 다 알지만, 먹어서 나중에 몸에 좋아지는 것이지 바로 입에 넣자마자 와~ 맛있다. 하지 않는다. 어깨 스트랩도 그렇다. 어깨에 메고 다니면 이 세상 모든 가방은 다 편해진다. 내 양손이 편안해지고 가방 잃어버릴 염려 없다. 그런 중요하고 감사한 과정이지만, 그 작업이 참으로도 고되다. 같은 일의 반복이기에 나 같은 지루한 일에 치를 떠는 사람은 참으로 길고 지루하다.
지루하다고 여겨서 지루한 것일까? 막상 3일째 어깨 스트랩에 열중하다 보니 이제는 재밌고 기쁘기까지 하다.
‘아, 한과정 했다. 아 잘했다. ‘ 이런 것을 보면 역시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싫어 싫어하면 정말 싫고 좋다 좋다 하면 좋아진다. 지금 주문을 걸고 있다. 아 좋다, 아 하나 마쳤어, 아 스트랩 바느질 신난다 신나. 그러나, 막상 가방 딱 만들어서 어깨 스트랩 걸고 예쁘게 완성한 가방을 메고 나가면 사람들은 말한다.
“어깨 스트랩은 미싱기로 돌리는 거지?”
이럴 때 말문이 턱 막힌다. 처음 가죽공예를 시작할 때는 그 별 뜻 없는 말에 내 수고가 물거품이 된 것만 같아서 화도 났고 괜히 나만 고생했나 싶고 마음속 깊이 허탈하고 허무했다. 하지만 지금은 꿈보다 해몽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나 막 미싱기처럼 바느질 잘하는 거야?
이거 한 땀 한 땀 한국의 장인이 만든 거야.”
그럼 다들 깜짝 놀라며 어쩔 수 없이? 민망함에 '정말 기계로 하는 줄 알았다. 예쁘다 잘했다' 등등의 칭찬을 한다. 생각해보면 가방 본판은 바느질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거나 한 땀 한 땀이 눈에 확 보이지 않는데 반해, 어깨 스트랩은 정갈하게 두줄이 딱 눈에 보인다. 그렇기에 겉으로 보기에도 더욱 중요한 과정이고 사용할 때도 가장 필요한 과정이다. 이제 좋은 마음 예쁜 마음으로 정신 수양하는 기분으로 가죽 공예의 어깨 스트랩 과정에 매진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가죽공예의 모든 과정이 중요하고 소중하다. 하나의 가방이 완성되기까지 허투로 되는 과정은 없다. 손이 한번 가는 것과 두번, 세번 가는 것은 완성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누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성심 성의껏 모든 과정을 성실하게 해내야겠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해, 나의 작품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