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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Dec 13. 2021

'화'내는 엄마의 '無화'로 보낸 한 달

화내지 않는 엄마가 아닌, 내가 왜 화내는지 아는 엄마로 거듭나기

한 2주일 전이었을까? 아니다 정확히는 11.13일 토요일 아침에 사건이 벌어졌다. 아침에 아이들이 꿈의

학교 수료식을 가야 하는데, 큰아이가 핸드폰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되어 가고 마음이 급해졌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늦게 일어나서 급한 대로 빵 쪼가리에 귤 하나 먹이고 수료식이니만큼 안 입던 옷도 급히 꺼내서 챙겨주고 분주하게 움직여서 이제야 다 준비시켰는데, 문 앞에 서서는 이제 와서 핸드폰이 없어졌다고

징징대더니 찾고 나서는 갑자기 배터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핸드폰은 밖에 나갔을 때 연락망으로 쓰고 있기에 나가는 날 외에는 충전기 옆에 두고 별로 사용

하는 일이 없었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여겼던 핸드폰마저 말썽이니 아침부터 화가 잔뜩 났다.

 그대로  폭발을 했다.


"엄마가 언제부터 말했어!어제부터 충전해놓으라고 했지"

"어... 어... 지금 충전할게"

"지금 나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충전하면 어떡하냐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엄마 앞에서 큰 아이는 내 눈치를 봐가며 쭈뼛쭈뼛 충전기를 찾아다녔다.

옆에서 멀뚱멀뚱 서 있던 남편은 급한 대로 무전기라도 챙기라고 했지만 무전기도 배터리가 없었다.

급한 대로 보조배터리라도 찾아보지만, 나오지 않았다. 시간은 점점 촉박해지고 아침부터 쌓인 화가

또다시 폭발했다.


"아침부터 늦게 일어나서 다 준비시켜줬더니!!! 이제 핸드폰 없어졌다고 하고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야!"

"챙기고 있잖아! 그만 좀 화내!"

갑자기 1년에 몇 번 화도 안내는 남편이 버럭 화를 냈다. 거기에 더 열이 받아서는 악에 받쳐서 더 화를 냈다.


"맨날 다 내가 챙겨주는데, 어젯밤에 챙기라고 한 거 하나 제대로 못 챙기잖아!

자기는 이제껏 챙겨준 거 하나 없으면서 화를 내냐고!!"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아이들 앞에서 싸울 수는 없기에 입을  다물고 

부글거리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집안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아이들을 수료식에 보내 놓고 2차로 신랑과 신나게 

싸웠다. 좋은 말로 해도 들을  있다기에 처음에는 좋은 말로 해줬다고 

    말해도  듣지 않냐며 너는  했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더니,

그러니까 애들이지 한 번에 말하면 내냐며 두둔한다.


분이 풀리지 않아서 집에 와서도 씩씩댔다.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정말 오랜만에 한바탕 울었다. 아침부터 혼자 바쁘게 돌아다니며 챙겨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엄마는 화내는 사람'이었다.

한동안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그날 오후까지도 나 혼자서 신씨들 남자에게 싸늘하게 행동했다.

베베 꼬인 마음은 자꾸만 더 화로 번졌고 나중에는 왜 화를 냈는지 조차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음날이 되었고, 매주 가는 도서관에서 '화', '분노조절'에 관한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욱하는 나를 멈추고 싶다'하는 일본인 작가가 쓴 만화책 형식의 책을 읽게 되었다.

'화'에 대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은, 아침에 아이들에게 화를 낸 것은 내 감정을 아이들에게 쏟아버린 것이다. 잘못한 일은 작은 단초에

불과했고 그 일로 내 화를 쏟아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졸지에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내 화를 다 받아냈다.

후에 남편의 말에 욱해서 더욱 화를 낸 것은,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서 화가 났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남편의 말은 분명 모두 맞는 말이었다. 화낸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남편의 눈에는 열심히 입으로 불을 뿜어 내는 엄마의 눈치 봐가며 쩔쩔매는 아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모습은 되뇌는데 순간 두려워졌다.

어릴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가 고된 삶에 지쳐 집에 돌아와 '' 내던 모습이 

정말 나와 닮아 있었다. 갑자기 한번 분노가 시작되면 모든 것을 쏟아 내듯이 내뱉었다.


지금의 나처럼......,


많은 생각이 있었다. 그다음 날 선언하듯이 말했다.

"엄마 이제 無화 엄마가 될 거야"


며칠이나 지켜질까? 했는데 나를 돌아보고, 나 자신이 뼛속까지 느껴서인지.....

정말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작은 일들로 소소하게 감정이 격? 해지긴 하였으나, 잠시 목소리를 낮추어 경고하는 단계에서 그쳤다.

만약 작게라도 감정적으로 말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한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화를 낸다고 해서 내 마음이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쏟아내거나 화로 해결하지 않으니 나 또한 마음이 편해졌다.

화를 내고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고, 감정이 극에 달해 하루 종일 씩씩대는 일도 없었다.


어느 날 無화 엄마 되기 한 달 사이에 작은 아이와 이런 대화를 했다.

"아들아 제발 엄마가 화 안 나게 해 줘."

"엄마가 화내는 걸 참아야 진짜 참은 거지! 우리 보고 화내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건

환경이 좋아져서 화를 안 내는 것뿐이니까, 엄마가 화를 참은 것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제발 화 안내는 환경을 만들어 줘!!!"

"그게 안되니까 계속 이러는 거야~~~~ 그냥 엄마가 화를 참아! 엄마가 참는다며~~"

"싫어 네가 화 안 나게 해 줘~!"

"안될 것 같아~~~~"


뭐지 이 뫼비우스 띠 같은 대화는???

요즘 또 한 가지 더 느낀 것이 있다. 나와 성격이 닮은 작은 아이도 온순해지기 시작했다.

악을 쓰고 소리 지르던 모습도, 무작정 아니라며 소리 지르던 모습도 사라져 갔다.

물론 서로 화내지 말라며 티격 대격하긴 한다.

위의 대화처럼?

부모는 아이의 그림자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간 아이를 탓하던 나를 반성한다.


이제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물론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언젠가는

내 안에 숨어있던 화가 또다시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 분명하게 알았다. 무작정 화를 내는 것 만이 방법이 아니다.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화로 인해 나에게 쌓인 감정의 골이

어떤 나쁜 관계를 만들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감정을  참고 인내라고 버티라는

것이 아니다.

착하게 '화' 내는 법? 를 점점 해가려고 노력한다. 감정적으로 쏟아내기보다는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본다. 이것이 진짜 그 일로 인한 나쁜 감정인지 내 기분이 나빠서 드는 감정인지

구분한 후에 내가 정말 해야 할 말이라면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자고 다짐하며 말한다.


사회에서는 성격 좋다는 말을 듣던 내가, 가족에게는 편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위해서 하는

잔소리라는 가면으로? 그간 내 나쁜 감정들을 모두 쏟아 냈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또 어느 날에는 또 화를 내버린 내 모습에 좌절하고 또 실망하여 나를 억지로 누르려는 마음이

더 큰 화를 불러온 적도 있었다.


이제는 '화'의 버튼이 바로 쏟아져내리는 악담이나 저주가 아닌 해야 할 말을 더욱 간결하게

나쁜 감정을 섞지 않고 할 수 있게 노력하는 중이다.

또 화를 냈다고 해서 다 포기해버리고 예전처럼 무분별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도 사람이기에 나쁜 감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화를 낸 바로 그 순간, 사과하고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잘 다독이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면, 지혜롭게 화내고 내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종종 브런치에도 내 감정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야겠다.

글로써 적으니 더욱  마음과 감정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오늘 하루도 無화 엄마 되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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