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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Nov 11. 2021

가죽공예 이야기 <가죽 필통 선물 작업>

오랜만에 선물용 가죽 필통 제작하는 이야기

오랜만에 선물용 필통을 제작하고 있다. 불과   전만 해도 열심히 나와 함께 수업을 다니던 가죽 필통이었다.

수업용으로 미리 재단해 놓은 필통이 많아서 쉽게 작업에 들어갔다.


문득 수업을   일들이 떠오른다. 어떤 분은 너무 

쉽다고 하시며 다른 수업을 준비해달라고 했고,

어떤 분은 코로나 시기에 무엇인가 집중해서 결과물을 

내니 뿌듯하다고 하셨다.

, 어떤 분은 한번 가죽 바느질에 감을 익히니 

끝나버렸다며 아쉬워하셨다.


나와 많은 추억이 있는 가죽 필통...., 하지만, 쌓여있는 

필통 재단 물만큼이나 이제 꼴도 보기 싫어졌다.

오래 함께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수업들이 다 끊겨버린 탓에 필통들은 억울하게 원망을 듣는 중이다.


얼마 전 상담하는 프로그램에서 들은 말이 떠오른다.

'연예인은 누군가가 선택해줘야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다. 그것이 자기 주도적인 사람에겐 불편한 일이다.'

연예인도 당연히 아닌 내가, 심지어 자기 주도적이지도 

않은 내가, 무릎을 치고 공감했다.


  또한 그렇다. 나는 너무나 수업이 하고 싶다.

거짓말 요만큼 더해서 공짜 수업이라도 하고 싶다.

수업을 할 때 즐거움으로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며 힘을 얻는다.

하지만 수업 진행은 여러 가지 조건이 부합해야 진행된다.

일단 수업들을 대상, 장소, 아이템, 시간, 비용.......,


한때는 이럴 때일수록 온라인에 매진해 보자! 했는데 

나의 게으름과 아이템 고갈로 포기했다.

대량 생산이 불가하기에 무턱대고 일을 저지르기도 

무서웠다.

말도  되는 상상을 했다. 온라인 스토어에 주문이 

300-400 들어오면 어떡해?

내가 혼자 그 양을 어떻게 감당해?? 이러면서 말이다.

주문이나 들어오고 고민하지, 쓸데없는 고민으로 일을 

그르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가죽 필통을 멀찍이 창고에 던져놓고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사촌동생에게 만들어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바느질만 하면 완성될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에 

작업은 수월했다.

한 땀 한 땀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며 만든다.

양면 사선 스티치는 오른쪽에 바늘이 들어가면 왼쪽에 

다른 바늘이 나올 때는 반드시 한번 꼬고 지나가야 한다. 그래야 반대편도 바늘땀이 예쁘다.


일일이 신경 써 가며 오랜만에 3.38호 치즐의 작은 땀을 바느질해나간다.

치즐은 가죽공예를 할 때 가죽에 바늘구멍을 내주는 도구인데 소품은 작은 땀으로

구멍을 내주는 것이 예쁘다.


선물용 작품을 제작할 때는 늘 마음이 복잡하다.

받고 좋아할까? 오래 사용하려나? 싫어하면 어떡하지?

필통이 젊은 애들 취향에 맞을까?

로고는 붙일까 말까? 이름을 이니셜 넣어줄까?


수백 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러다 문득, 선물할 사촌동생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서 아기 때부터 봤는데 벌써 사회인이 되어

네일아트 샵의 원장님이 되었다.

참 잘 성장했구나 하는 마음에 기특하기도 하고 그 사이

나도 나이를 참 많이 먹었구나 싶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만들다 보니 어느새

온유 공방 표 선물용 키트가 완성됐다.

포장 안에 작은 편지도 슬쩍 밀어 넣었다.

손글씨 쓸 일이 없는 요즘, 왠지 모를 오글거림을 참아가며 한 자 한 자 적은 편지까지

모두 동생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선물 하는 기쁨은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상대방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한다.

상대방의 먼저 생각하게 되는 기쁨....,

마음이 따스해지는 순간이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게

더 큰 기쁨이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물하는 기쁨이 가득한 삶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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