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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Dec 14. 2021

다시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한 동안 글쓰기가 두려워졌던 이유

처음 브런치 작가로 두 번의 시도 끝에 합격했을 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꾸준히 열심히 적어 내려갔다. 그런데, 나의 지구력이 발목 잡았다. 시작하고 벌여놓기는 잘하는데 꾸준히 이어가는 일에는 늘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흥미를 일고 나니 글이 써지지 않았다. 자꾸 자신감이 사라져 갔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무엇을 써 내려가야 할까? 나의 처음 목적은 무엇일까?

왜 글을 써야 하나? 갑자기 같잖게 고작 몇 달 글을 써놓고는 이제 와서 작가의 고민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다.

 

이때, 때마침 고양시 한양문고에서 브런치 작가 관련 컨설팅을 참여하라는 연락이 왔다. 처음 브런치 작가에 관심 갖게 된 것도 이 한양문고에 '브런치 작가 되기' 프로그램이었다.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수업을 진행해 주셨던 조기준 작가님께 직접 개별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컨설팅은 정말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뭔가 답안지에서 정답을 쏙쏙 찾은 느낌이랄까? 신나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 후 한 달간, 절필했다. 아예 단 한 글자도 써 내려가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컨설팅받고 신나게 집에 와서는 왜 글을 한 글자도 쓰지 못했을까?

바로,  "부담감"


추천해 주신 여러 에세이들을 보며 잠깐 작가의 길에 발을 담그려다가 바로 발을 아예 빼버리고 꽁지 빠지게 도망쳐버렸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고 읽었던 책들의 여러 작가님들의 훌륭한 글을 보니 너무나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감히..... 이런 분들의 길을 넘보려 한다니......"

자괴감이 밀려왔고 자신감은 저 멀리 사라졌고 글을 쓰는 자체가 무서워졌다.


한 달 내내 고민했다. 그래도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브런치 알람을 해놔서 끊임없이 브런치에는 들락날락거렸다. 알람이 올 때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자꾸만 나는 작아져갔다.

그리고 가슴에 진동이 오는 것처럼? 양심의 가책처럼?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한 달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브런치 앱에서 보낸 공지 사항을 읽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한 줄씩이라도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러고는 어제 하나의 글을 적어 내려가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아니, 깃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이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라이킷이 뭐라고,  울릴 때마다 행복했다.


그래 이 맛에 글을 썼지! 한 명이 읽든 열명이 읽든 내가 쓴 글을 소통하고 누군가가 공감해주고

나 혼자서 끙끙 앓고 고민하던 시간들을 글로써 풀어내면 나라는 작고 작은 존재의 생각들을 이 세상에 내놓은 것 같이 느껴졌다.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글쓰기는 기쁘고 좋았다.


그래, 난 타고난 재능이 없으니 꾸준히 하자.

이 마음 하나 먹기를 한 달 동안 가슴에 돌땡이를 얹은 것처럼 천근만근 무거웠다.


내가 처음 가죽공예를 시작할 때도 그랬다. 나는 나 자신을 똥 손이라고 낙인찍고 그 자리에서 좀처럼 나아지려고 하지 않았다. 작업에 실패하면, "어~ 나 똥 손이야", "나 원래 색깔 감각 없어~", "나는 가방에 관심 없어~"

원래 못한다고 자책하며 나 자신을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가죽공예가 자꾸만 나를 불러댔다. 능력도 없는데 자꾸 수업의 기회가 생겼고 새로운 가방을 만들게 될 계기를 만들게 되고, 또 작고 크게 주문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이어온 지 어언 3년이다. 하루하루 꾸준히 닥친 일들만 해결해 나갔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쌓아 올린 시간만큼 실력도 쑥~ 쌓여있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스테르담 작가님의 말처럼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 것보다 이어 가는 게 더 어렵다."

막연한 걱정으로 이런 것 저런 것 재다 보면 작가라는 이름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 것이다.

조기준 작가님께서 작가는 그냥 있을 때는 백수랑 다른 게 없다며 스스로 작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는 말이 이제야 마음에 와닿았다.


하루하루 꾸준히 이어나가다 보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내가 스스로 작가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고민한다면

어느 순간 나는 정말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를 또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꾸준함과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쌓이면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쑥 성장해 그것이 나의 '재능'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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