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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Dec 16. 2021

가죽공예이야기 <작업의 성취감>

패키지 작품과 창작 작품 그 어디쯤의 사이에서 헤매던 초보 가죽 공예인

이제, 본업으로 돌아와서 가죽공예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이제 막 3년 차 가죽 공예인이다. 나름 사업자도 있고 이런저런 관련 일들도 해보았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패키지 작품을 매일 연습하고 있다.

처음에는 명품을 카피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나는 절대 카피하지 않을 거야 하고 나름의 다짐과 야무진 목표 있었다. 그러나, 나의 연약한 다짐은 무참히 깨졌고 목표는 180도 바뀌었다.


나는 왜 변했을까?


명품을 잘 모르는 내가 어떤 특정 가방을 애정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욱 명품 카피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가죽공예하는 많은 분들이 명품을 카피해서 본인 가방으로 사용하는 분들도 있었고 혹은 카피해서 조금 더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바꾸어 사용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 분들의 수요가 많아서인지 가방에 관련한 공방 수업을 들으려 하면 어떤 특정 브랜드의 가방이 수업 과정이 되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런 흐름에 따라 나온 명품 카피 패키지는 가죽 공예인들에게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모든 가방 완성에 필요한 가죽과 가방 장식, 부속품들과 안감 등등과 제작 과정에 필요한 설명서까지 포함되어 있는 만든 만능 치트키였다. 그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가죽공예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참 야심 차게도 나는 큰소리 빵빵 쳐댔다.

나는 내 가방을 만들 거예요! 카피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생각이 맞다 그르다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지금도 가죽공예의 길은 너무나 다양하고 어떤 창작 작품을 만들어 성공하신 분들도 많이 계시다. 다만, 나는 그런 능력이 되지 않았다.

기본기가 부족했고 가방의 기초적인 구조와 구성품들 완성 과정...... 그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미술을 전공했거나, 손재주가 많은 편이 아니었고 도안을 짜고 직접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무턱대고 마구 만들어보기엔 가방 한 개를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재료들이 비싸기 때문에 선뜻 호기롭게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고민 고민을 해서 작은 손가방이라도 만들어보긴 했지만 손으로 대충 그려댄 도안은 늘 맞지 않았고 실수가 많았다. 특정한 가방에 주로 사용되는 가죽의 특징도 몰랐다. 그냥 쉽게 말하면 완전 쌩초자에

무식하기가 하늘을 찔렀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난 지구력이 약하다. 신나게 시작하고는 마무리가 잘 안되는 타입이었다. 쉽게 말한다면? 벌여놓는 것은 신나게 해도 마무리 때는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이것저것 사들이며 열정을 다해 시작했는데 웬걸 사놓은 가죽은 백만 개인데 제대로 다 써본 가죽은 하나도 없고 이 가죽은 이래서 안되고 저 가죽은 저래서 안되고 두께가 안되고 색이 맘에 안 들고....... 자꾸 핑계만 쌓이고 그러면서도 열심히 고급 도구만 사들였다.

그러다가 또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도망치자니 벌인 일이 너무나 커졌다. 들인 돈도 많았고 자꾸 소소하게나마 작은 소품 수업이지만 수업이 잡혔고 발을 빼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이 생겼다.

그렇게 여러 수업을 진행해보니 그 시간들이 정말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러자 더욱 고뇌와 번민은 쌓여갔다. 실력 없는 채로 영원히 소품이나 작은 수업에 만족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진짜 실력을 쌓고 진짜 가죽 공예인이 될 것인가? 아님 이쯤에서 발 빼고 도망칠까?


언제나 나답게, 도망칠 핑계와 궁리를 찾던 내가 머리에 번개를 맞은 듯이 생각했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즐겁게 일한 적이 있었던가? 그래! 이건 내 길이야!


조금씩 천천히 다시 한 걸음씩 시작해보자!


앞선 글에서도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시간이 쌓였고 실력이 늘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내가 살면서 해본 가장 꾸준히 오랫동안 늘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배운 일이 가죽공예였다.

꾸준히 내가 하고픈 시작에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패키지 가방 만들기였다. 이미 해본 과정을 왜 해야 하나? 비싼 패키지를 사야 하나? 재단이 다 되어있는데 가방 만드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이거 한다고 내가 실력이 나아질까? 대체 뭘 배우려는 걸까? 돈 g랄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 끝에 결국 작년  시국이 시작되면서 그래도 끝까지 가죽공예를 배우는 과정을 놓고 싶지 않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패키지 가방이 모두 대략  두세개정도? 넘게 완성되었다. 패키지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모두 다른 패키지에서 각각 배울 점이 많았다. 물론 작업 한번 해본다고 해서  실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가방의 기법들을 직접 손으로 익히면서 고충과 실패를 맛보고 다시 해보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워갔다. 어떤 이에게 별것 아닐  있지만 지난 2년간의 가죽공예 독학 과정은  자신에게는  도전이었고 깨달음의 시간들이었다. 항상 마무리가 약했던 내가 가방 하나하나 완성해가면서 맛본 성취감은  이후에 도전한 다양한 일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쓰기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말한 바와 같이 내가 패키지 가방을 완성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하나하나 가방을 완성해갈 때 맛본 "성취감"이다.

처음 패키지 가방을 사들일 때는 한꺼번에 두세 개를 샀다. 사고 난 후에는 이 가방을 하다가 저가 방을 하다가 어려운 과정이 나오면 그만두고 박스에 밀어 넣고는 몇 달이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먼발치에 산을 바라보며 그 산 정상에 있는 나 자신을 꿈꾸고 산을 시작하는 첫 발걸음 내지는 그 길목에서 이 산 저산 기웃거리다가 지레 겁먹고 포기했다면,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어졌다. 한 번에 무조건 하나의 패키지만 꺼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나 마치고 열자. 그 후로는 절대 하나의 가방이 끝나기 전에 열지 않았다. 물론 유혹에 이끌려 열기도 해보고, 그전에 열어서 반쯤 완성하다가 끝맺음을 못한 가방도 기웃댔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하던 가방을 다시 했다. 하루에 5분이든 5시간이든 그냥 꾸준히 새벽에 했다. 이후 남길 글에는 나의 "새벽 작업기 시작의 서막"을 남겨보고 싶다. 정말 새벽에 작업을 했다. 하다가 자버린 적도 있고 5분 작업하고 핸드 폰질을 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점점 집중의 시간은 늘어났고 새벽에 일어나 작업하는 '나'라는 사람이 좋아졌다. 일어나기 싫은 날도 분명 있었지만 시계가 울리면 자연스럽게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하고 작업대에 갔다. 습관이 된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는 열심히 자기 계발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본 영상에 나를 가장 열심히 일으켜준 말은 마켓 컬리 김슬아 대표님이 말했던 한 줄의 명언이 있었다.

매일매일의 점진적인 개선이 큰 산을 만든다.

사람은 매일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씩 나아져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졌다면 성공한 하루다. 하루아침에 나라는 사람이 전부 변해버릴 수는 없어도 천천히 꾸준히 어제보다는 나은 내가 되다 보면 그 점진적 개선들이 모여 큰 산을 이룬다. 이 날 이후 나는 더욱 달라졌다. 더욱 열심히 또 꾸준히 작업을 했고 작업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실력도 쌓였다.


물론 이 브런치를 시작할 쯤에는 깊은 슬럼프가 왔다. 꾸준하던 작업은 또다시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새벽 기상은 또다시 무너졌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또 꾸준히 새벽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참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이상한 게 자신만만해하면 또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혹 어떤 이는 절대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것이 나인걸....."나"라는 사람이 도망가면 잡아오고 무너지면 다시 일우켜 세우자!

이러해도 저러해도 오직 나만이 나에게 가장 관대하고 아껴줄 수 있다. 자책하고 미워할 시간에 이해해주고 아껴주자.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시작은 패키지였으나 마지막은 내 삶의 전환점에 대한 글이 되었다.

"성취감", "꾸준함"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끝끝내는 멱살 잡고 끌고서라도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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