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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Dec 20. 2021

'화'내는 엄마 '無화'로 보낸 6주일 '위기' 발생

가장 아끼던 앤틱 잔이 산산조각났다. '無화 엄마 되기' 최대 위기의 날

'無화 엄마 되기' 6 , 어제 가장  위기가 닥쳐왔다. 아침에  마신 커피잔을 식탁 위에 올려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을까?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기분 좋게 가장 아끼던 앤틱 잔에 커피를 내려 마시고 곧바로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밖에 난리가 났다.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대고 신랑도 거들며 언성이 높아졌다. 궁금함 마음에 살짝 문을 열었다.

"왜들 난리야? 무슨 일인데? 으으으으악!!!!!!!!!!!!!!!!!!!!!!!"

  사이로 보이는 아이보리 바탕에 아기자기한 꽃무늬가  놓인 앤틱 잔이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그대로 산산조각이었다. 정말 처참하게  마음처럼 수십 개의 조각으로 깨져 있었다. 순간 화가 났다기 보단 눈물이 울컥 났다.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인지 다시 화장실 문을  닫아버렸다. 화장실에 앉아서 부글부글 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자꾸만 예쁜 앤틱 잔의 처음 만났을 당시에 자태가 아른거린다. 그와의 추억이 자꾸만 나의 머릿속을 헤집는다. 작년에 오덴세 머그잔을  오고 정말 반나절도 안돼서 작은 아이가 깼을 때는 주의를 주긴 했어도 눈물 나게 가슴이 아프진 않았다. 오덴세는  사면 그뿐이니까. 하지만  친구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내가 살면서 처음 빈티지 잔에 관심을 갖게  주었고 이틀 밤을 꼬박  검색해본 결과 결국 구할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친구를 접하게   '강릉   살이' 당시에 집주인분께 여러  간청을 드려서 서로 다른 무늬와  6 세트를 겨우 겨우 샀다. 정말 일평생 누군가가 쓰던 잔을 심지어 비싼 가격에 사본적이 없었는데, 그만큼  친구는 나에게 특별했고 내가 심히 애정 했다. 심지어 애정 하는 친구 6  가장 최애였다. 강릉 한달 살이 기간 중 가장 행복했던 나 홀로 새벽의 커피타임을 선사해준 고마운 친구였다.


화장실에 앉아서 자책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만질  알면서 마신  죄다. 그래,  내가 죄인이오.  탓이오  탓이오. 내가 참아야지 그래 無화 엄마 하기로 했으니, 참자 이깟 컵이 , 하며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살 수 없는 컵인데, 정말 처음 내 생에 갖고 싶었던 잔인데, 이 잔에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 딱 마시면 얼마나 행복한지 그 추억들이 망울망울 내 머릿속에 올라왔다. 그러다 울컥 화가 치밀었다. 밖에서 여전히 범인인 작은 아이가 울며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이다.

"내 잘못이 아니야!! 지나가는데 옆에 컵이 갑자기 툭 떨어졌어!"


아니 대체 컵이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그건 무슨 괴변인가? 지가 한걸 가지고 컵 탓을해? 가슴에서 천불이 올라왔다. 無화 엄마고 나발이고 다 끝이다. 이참에 내 저 버릇 단단히 고쳐주마. 매번 자기가 해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둘째 녀석을 혼쭐을 내야겠다 싶어서 미쳐 해결하지 못한 화장실을 뒤로 한채 뛰쳐나갔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마음을 가다듬고 폭발 직전이 되었다. 그때였다. 눈물이 그득한 작은아이는 울먹거리며 내게 먼저 다가왔다.

"나는 지나갔는데...... 그냥 살짝 밀었는데...... 아니 아니 그게 사실은 엄마... 내가 미안해"


'미안해'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달콤한 말이었을까? 활활 타오르던 불길 같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이때까지 내가 화를 참지 못한 것은 결국  감정을 조절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습해온 6주일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컵을  것은 작은 실수이고, 그로 인해 속상한  감정은 단순히 '' 불과하다. 둘을 함께 붙여 놓지 말자. 잘못한 것으로혼나야 하지만 거기에  화를 더할 필요가 없다. 아이의 눈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고 아이의 말에 화가 풀렸다. 나의 감정과 지금 일어난 일을  함께 쏟아내서  화를 풀어버린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고통이다. 그래, 실수잖아. 여기서 내가  화를 낸다면 그것은 그냥 분풀이야. 놀란 아이를  안아주었다. 아이는 깜짝 놀라더니 엉엉 울어버렸다.

"유빈아, 사실 엄마가 화가 났는데 유빈이가 잘못했다고 사과해주니까 다 풀렸어. 컵은 깰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일 말고도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저지른 일은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는 거야."


내가 만약 그동안의 연습이 없었다면 분명 오늘 나는 제어하지 못하고 나의 속상함과 화를 아이에게 모두 풀어버렸을 것이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퍼붓고 나서도 난 떠나간 아름다운 앤틱 컵을 그리워하며 못다 한 분풀이를 끊임없이 해댔겠지. 정말 딱 사실로만 보면 오덴세 건 아끼는 컵이건 그냥 아이니까 '컵'은 깰 수도 있는 것이다. 문득 '무소유'의 내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 비로소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다른 의미이다.

결국 내 소유욕이다. 이제 마구마구 써야겠다. 남은 앤틱 잔 5개의 앤틱 잔도 아끼지 말고 몽땅 다 써버려야겠다. 자꾸 못 구하는 것이다. 아끼는 것이다. 비싼 것이다. 하며 처음 강릉에서 돌아와 2달간은 손도 못 대고 찬장에 진열만 했다. 결국 이리 가버릴 것을 제 역할을 못하게 구석에 박아 두었다.  이제 훌훌 털고 맘껏 쓰자. 그래 봤자 물건인데? 비싸 봐야 얼마나 비쌀 것이며, 못 구하면 또 어쩌겠는가? 그것이 내 운명인 것을...


지난 6주간의 시간은 나를 '화'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 주었다. 이때까지 나는 아이에게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곱게 포장하여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잔소리', '꾸중'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이었을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이 말로 시작하여 결국에는 아이에게 온갖 언어 폭행을 해왔다. 때때로 함부로 아이의 자존감도 깎아내렸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넌 *****한 사람이 될 거야!' 하며 아이의 미래를 속단했다. 그 사이에서 고통받을 아이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정말 모두 나의 감정을 풀기 위함은 아니었으리라, 약 10%는 아이를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어떤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이었을까?

요즘 자꾸만 나의 지난 일들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 시작 이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내다가 어느 순간 감정조절이 안되었고, 주기적으로 1주일에  번은 잔소리 폭탄을 날렸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늘어난 과제물에 매일 저녁은 과제를 끝내라며 악악 대고 혼냈다. 자기 합리화를 하며 내가 이런   애들을 위한 거야!라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던 때도 많았다.


나는 이 글을 쓰기가 참으로 부끄럽다. 밖에서 볼 때는 아이를 위한 엄마표 공부도 실천해본 나름대로 겉으로는 친절한 엄마였을텐데......

물론, 그랬던 적도 많았다. 아이를 위해 좋다는 엄마표 독서, 영어 읽기를 해주고 나름대로 정서적인 부분부터 챙겨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늘 '화'가 문제였다. 화가 나기 시작하면 언제 좋은 엄마였냐는 듯이 어마어마한 잔소리 폭격기가 아이들을 향해 쏘아댔다. '중간이 없는 엄마'였을 것이다. 언제 간 책에서 기분파 엄마는 아이를 기회주의자로 만든다는 말이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아이를 눈치 보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첫째는 글로 남김으로써 나를 반성하고 돌아보기 위함이고

둘째는 마찬가지로 글로 남김으로써  번이라도  참아보려는 이유이고 셋째는 혹시라도 너와 같운 엄마가 있다면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다른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처럼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되면 '無화 엄마 되기'에 아이들 편을 적어보고 싶다. 아이들의 변화가 정말 많았다.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아이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졌음이 느껴진다. 혹시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 같은 엄마가 있다면 지금 나와 같이 실천해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늦었다면 늦었고 빠르다면 빠를 것이다. 함께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나 또한 이제 시작이니 함께 해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사람이니 실수 할 수 있다. 다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드리고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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