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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Dec 31. 2021

가죽공예가 좋은 이유는?

주인의 오랜 손때 뭍은 가죽공예품을 볼 때 전해오는 감동

  아이들과 박물관에  때면 나는  가장 먼저 이리저리 둘러보며 가죽공예 물건찾아본다. 가죽 공예인이  후로는 어느 박물관에 더라도 가장 처음 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박물관에는 가죽공예품들이 적어도 하나 둘쯤은 비치되어 있다. 손때 뭍은 가죽 물건들은 빛바랜 세월이 느껴지고, 사용하던 이의 오랜 시간들이 애잔하게 가슴으로 느껴진다. 가죽은 소재의 특성상  어떤 소재보다 오래 사용된다. 그래서인지 가죽으로 만든 물건들은 사용하다 헤지고 헤져서 여기저기 닳아진 물건이 많은데, 그럼에도  모양은  틀에 있어서는 그대로여서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대충 짐작 할  있다. 내가 가죽공예를 하며 좋은 점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같은 용도의 물건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가죽이라는 소재는 오랜 시간동안 함께할수 있다. 처음 시작은 어떠한 '물건'으로 태어나,  후에는 주인과 뗄라야 뗄수없는 오랜 시간 함께하는 친구로 거듭날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물건이 흔할때, 나만의 물건이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하며 내 삶의 역사를 같이 한다는 , 그것이  마음 속에 깊이 다가왔다.


나의 가죽 공예품도 누군가의 손에서 오래 손때를 타고 헤지도록 사용되고 싶다. 나중에 닿고 닿아져서 사용하지 못하는데도 아쉬움이 남아서 버리지 못하고  하루  쓰고 싶어지는 그런 물건으로 만들고 싶다. 가죽 공예품들은 쓰는 이와 함께 늙어가며, 쓰는 이의 특성을 고스란히 닮아가는 물건이 된다. 그러다 종국에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손때 뭍은 그 자신만의 물건이 된다. 그것이 가죽공예의 가장  매력이었다.

가죽공예 물건은 신기할만큼 주인을  닮아간다. 특히 전통 방식대로 만들어진 베지터블 가죽은 더욱더 주인을 닮아간다. 주인이 손에 기름이 많은 지성이면  물건 또한 나중에 곱게 주인의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윤이 난다. 주인이 햇볕에 많이 들고 다녀주면 주인과 함께 태닝 되어 가죽 색감이 점점 고급스럽게 어두워진다. 혹시 주인이 덤벙대는 성격이라면 가죽에 흠집이나 얼룩도 많이 나게 것이다. 이렇게 주인의 성격대로 변한다. 나중엔 그마저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진다. 아무리 같은 모양, 같은 가죽, 같은  색깔에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해도 사용하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만들었다고해서 내가  가죽공예작품을 완성 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이  완성을  하는 느낌이랄까?


가죽공예 수업을   가장 행복할 때가 그럴 때다. 

"선생님 이거 제꺼니까, 오래오래 쓸 거예요! " 나에게는 이 말이 그 어떤말보다 크게 다가왔다. 아이들과 수업할 때 실수 했다고 속상해하는 아이들에게 이런말을 해준적이 있다.

"실수해서 만들어도 괜찮아,  바느질도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이건 나와  작품,  아는 실수니까 둘만의 역사가 생긴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실수한지도 몰라"

기성품에는 없는 크고 작은 실수마져도 세상에  하나뿐인  것이라는  작품은 용서되고 아껴줄수 있게된다.  실수마저도 귀여워보이고 보듬어주고 싶어진다고 할까? 물건에 너무 감상적인 생각을 한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작품들은 자식같고  분신같은 존재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판매된 작품들도 가끔 한번씩 생각나고 누군가의 손에서 예쁘게  사용되길 바래주곤 한다.


언젠간, 나의 친구가 한말이 내 가슴을 불태운다.

"죽을때까지 쓸게, 나중에  속에도 넣어줘"

웃자고 한말이지만 내 친구는 학창시절 사용했던 필통도수십년째 쓰는 사람이기에 정말 해질때까지 끝까지 사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내가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가죽 공예 작품을 아껴주고 쓰임에 맞게 오래도록 잘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오래 사용할수 있도록 여러번 고민하며 혹시 뜯어지거나 터진다면 나에게 와달라고 부탁한다.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물건'일수 있지만 나에겐 하나하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작품들을 누군가가 오래도록 아껴주며 자신만의 색을 입혀 사용해준다는 기쁨, 나는  맛에 가죽공예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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