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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Feb 25. 2022

"금쪽 상담소"를 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겨울나기 중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금쪽 상담소

아이들과 방학이 시작되고 나의 자리는 또다시 '엄마'라는 거룩한 굴레가 씌워졌다. 방학과 동시에 내 생활의 루틴이 깨지고 가죽공예와 글쓰기에 소흘 해져버렸다. 어느덧 내 생활의 중심은 또다시 아이들 중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방학이면 거의 그렇기에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은 매번 느껴질 때마다 가슴 한켠이 텅 빈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조차도 결국 나는 아이들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끝이 났다. 돌아설 때의 그 씁쓸함, 다들 자신들의 삶을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삶은 들러리 같은 기분.....  이런 일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내 삶에서조차도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은 느낄 때마다 아프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보게 되었다. 상담 내용을 듣다 보니 내 마음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잘 알지 못했던 내 감정들이 이해되면서 가슴속 깊이 위로받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을 잘 키워보려고 본 방송에서 나를 위로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왔다. 한편 한편 보며 다 내 이야기 같았고 내 마음이 따뜻하게 치유됐다.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볼 기회가 되었고, 그 시절의 나를 너그럽게 봐주고 이해해주기로 했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양육함에 있어, 큰 깨달음도 얻었다. 그간 아이들을 내 방식대로 대했는데, 그 방식이 결국은 아이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를 위한다는 말로 아이를 아프게 하지 말자. 아이 중심으로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꿔야 한다. 또 한 번 다짐하며 방학 동안 최대한 즐겁게 지내고자 했다.

이번 겨울방학은 얻은 것이 참 많다. 일도 강제 종료되고 예기치 못한 집콕 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책도 보고 도움 되는 유튜브도 열심히 들춰봤다. 어차피 방학이니까 다 같이 방학답게 보내보자! 하고 몸도 마음도 느긋하게 루즈하게 보냈다. 무작정 달릴 때는 몰랐던 생각도 정리하고, 내 마음에 있던 이야기들을 스스로가 묻고 또 물었다.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글들과 생각들이 여전히 많지만 결론은 '참, 좋았다.'

방학 중에도 화내지 않는 엄마는 진행형이었다. 이제는 화내는 일이 드물어졌다. 언성이 높아지려 하면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에게 '분노'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처럼 훈육은 훈육에서 끝나야 한다. 그 이상의 잔소리와 분노는 아이를 망친다. 이제는 머리도 가슴도 알고 있다.

지난해 여름 쫓기듯 떠났던 한 달 살기에서 하고팠던 여러 가지 결심들을 이번 겨울에 해낸 느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히 ‘내 삶의 주인이 나’로 맞춘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26살에 엄마가 되었고 만 11년을 엄마로 살아왔다.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언젠간 나를 아껴주시는 지인분께 이런 말을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 지금은 엄마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나를 잃지 않고 살아야 해 그 중심을 잘 지키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반드시 나를 잃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나를 찾지 못한 것도 아니다.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고 해서 모두가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은 아니다. 나는 결국  자신이 나를 아끼지 않았던 탓에 스스로 ‘ 잃었던 것이다. 나라는 사람의 여러 가지 역할 속에서  중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을 탓하며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있어야 하는 상황을 탓하며  자신을 멀찍이 던져놓았다.  조차도 나를 아끼지 않고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면서  핑계를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아이들이랑 있으니까, 아이들 엄마니까.....그래야 견딜  있었다. 그래야 나를 탓하지 않을  있었다. 그냥  상황을 탓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았더라면?……지금과는 달랐을까?

상황이 어찌되었든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자신이다.

이제는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중심을 바로 잡고, 상황에 흔들려 그릇된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가 나 자신을 삶의 주인으로 중심을  잡고 여러가지 나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해낼 것이다.


 겨울나기를 마치며 나는 한층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복잡했던 마음은 이제 단순해지고 있다. 한결 가볍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즐겁게 나의 ‘엄마 거룩한 굴레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기쁘게 즐기고 있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아이들과  깊은 대화도 해나가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엄마 아빠의 연애시절 이야기, 일찍 엄마가 되고 큰아이가 인큐베이터에서 고생한 이야기들.... 아이들이 어려서 이해   거라고 여겼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아니었잖아. 그리고 너무 일찍 엄마가 되었어. 24살이면 지금 형아랑 12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유학 가려고 24살에 결혼해서 26살에 형아를 낳고 갑자기 부모가 된 거야. 그러니까 시행착오도 많고 실수도 많고 불안한 마음에 전전긍긍했어."

"엄마, 윤재(2살 사촌동생)를 보니까 엄마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근데 난 엄마가 어려서 좋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이제 더 좋은 엄마가 될게. 근데 어린건 왜 좋아? 나쁘지 않아?"

"아니야 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오래 사니까 좋아"

"가는 데는 순서가 없어."

"응???? 응??????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어~~ 잘 생각해봐ㅋㅋ”

아이를 당황시킨 대화로 이야기는 마쳤지만, 이제는 훌쩍 자라 버린 아이들에게 지난날들에 ‘미성숙하고 어린 시절의 엄마’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아이들에게 ‘위로’ 받는다.

<금쪽 상담소>의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 가족에게도 평화가 왔다. 더 많은 대화와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성숙한 길을 가고 있다. 아이들과 대화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미성숙한 행동들도 함께 나눈다.  

“엄마도 어릴 때 그런 마음이었어. 엄마도 어릴 때 오빠한테 질투했어. 너도 형아한테 그런 마음 드는 거야?”

나의 못난 과거도 고백해버린다.

“엄마 어릴 때 공부하기 싫어서 학습지 막 찢어서 버린 적도 있어”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아이들이 같이 웃고 같이 공감해 준다.

“엄마도 그랬다고??? 엄마도 그런 적 있어??”

어린 시절의 나와 화해하고 나니, 나의 행동들도 용서하게 되었다. 나의 미숙한 과거도 아이들과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나 혼자 뒤처진 것만 같아서 속상했던 과거들도 가감 없이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나니 아이들이 그 어린 손으로 토닥여준다.

“고마워, 엄마는 너네들 덕분에 지금처럼 성장했어”

지금처럼 말할 수 있어지게 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이 돌아왔다. 길다면 긴 겨울나기를 보냈다. 이제 방학도 끝나간다. 아이들과 함께한 두 달의 겨울나기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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