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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Apr 19. 2022

가죽공방 창방 이야기[1] 창방 결심 스토리

오랜 창방 고민 끝에 임대계약서까지 마쳤다! 이제 시작이다!

 처음 가죽공예를 시작하고 정말 딱 필요한 도구와 가죽만 사서 집에 들여놓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집안에 이런저런 가죽 공예 물건들이 야금야금 늘어났다. 어찌나 그 딱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이 많은지 자꾸만 늘어났다. 처음에는 작업도구와 가죽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꼭 필요한 기계라며 프레스기, 스냅기까지 들여오다가 결국은 불박기까지 들여놓게 되었다. 어느새 책상에서 시작한 물건들이 방 한 칸을 전부 차지했다. 집안은 방을 넘어서서 이곳저곳 가죽공예 물품들로 가득 찼다. 한쪽 벽면은 수십 장의 가죽들과 보강재, 안감들로 빽빽하게 가득 찼다. 아이들 책장과 수납장에도 철형과 조각 가죽 및 부속품으로 가득 찼다. 집안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가죽공예 물건들로 꽉꽉 들어찼다


그때부터였을까? 남편은 계속 작업실을 구해서 나가라고 성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하게 정리를 잘하면 된다. 작업하느라 못 치워서 그런다며 버텼다. 그러다가 강릉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딱 갖출 것만 갖추어진 한 달 살기 집에서 미니멀한 삶을 한 달 즐기고 돌아와 보니 내 집은 쓰레기장이었다. 공방도 집도 아닌 것이 그냥 지저분한 상태 그 자체였다.


어느 날인가부터 가죽공방 겸 창고로 쓰이는 중간 방은 집에서 두 번째로 큰 방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장이 되었다. 작업 좀 하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고 아예 일을 쉴 때나 깨끗했다. 그 밖에도 집에서 작업하며 너무나 많은 단점들이 갑자기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에서 가죽을 보관하면서 가죽도 손상되고 냄새가 났다. 아이들이 비염은 더욱 심해져서 가죽 가루가 날기면서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살았다. 나 또한, 작업방이 환기가 잘 안 돼서 본드 작업을 하고 나면 냄새 때문에 숨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임시방편으로 내 가죽들과 부자재 등 냄새나고 부피가 나가는 물건들은 개인 창고를 빌려 넣어 두었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가죽을 가지러 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선뜻 자주 향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것은 곧, 작업을 강제 휴업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내 작업 일지는 늘 패턴이 비슷했다. 몇 달은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고 또 몇 달은 그냥 쉬었다. 그러다 또 열정에 불타오르면 열심히 하고 힘들면 장시간 쉬어버리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나도 작업실이 있어서 매일 출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업실에서 딱 꾸준히 매일 일정 분량의 작업하고 집에 돌아오면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가뭄에 단비 같은 연락이 왔다.

같이 가죽공예를 함께 시작 한 친한 언니가 늦은 밤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말했다.

"우리 같이 작업실 알아볼까?"


무슨 정신이었는지 당장 내일 가보자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정말 알아보는 건가? 정말 시작해볼까? 이번 기회 놓치면 영영 못할지도 몰라.

다음날이 되자, 아침부터 준비해서는 길을 나섰다. 봄바람 한들한들 온 세상 만물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언니네 집 앞에서 꽃구경을 하며 마음이 한껏 설레었다.

처음 알아보려 했던 장소는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그 후로 쭉~ 며칠을 월세를 알아보러 열심히 공인중개사무실을 찾아다녔다. 발품을 많이 팔수록 좋은 자리가 나온다는 말에 언니랑 나는 각자, 또 같이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언니와 나의 마음에 딱 맞는 조건의 물건이 나타났다. 보통 둘이 하면 마음이 맞지 않거나 서로 요구 조건이 다를 법도 한데, 신기하게 서로 마음에 딱 드는 장소가 나타난 것이다. 언니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계약했다. 위치도 언니의 집과 내가 사는 곳에 중간이었고, 우리가 끊임없이 찾아 헤매었던 손 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에어컨도 있고 큰 창이 있는 곳이었다. 애초에 1층은 바라지 않아서였는지 본 적도 없다. 1층이면 오가는 사람들이 보고 들어오면 참 좋겠지만 아직은 비싼 월세 부담은 우리에게 무리였다. 우리에게는 둘의 작업실 겸 예약 수업이 가능한 큰 테이블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지금까지 4년간 가죽공방을 하면서 가장 크게 사업자등록증을 쓸 일이 이번에야 생겼다.!

바로 월세 임대차계약서를 쓸 때였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그동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수업이나 납품을 아주 간간히 할 때 말고는 특별히 계약서에 써 본일이 없었는데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창방에 대한 고민은 백날 했는데, 막상 결심하고 알아보니 결정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동안 왜 질러보지도 못하고 고민만 백날 했을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정말 제대로 시작해보자! 내 작업실이 생겼다는 기쁨과 그에 수반되는 여러 경제적인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생겼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니 반은 이룬 셈이다. 앞으로 가죽공방 창방에 대한 글들이 가득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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