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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Sep 19. 2022

가죽공방 창방 4개월 운영 이야기

4개월간의 창방 후 느낀 점- 운영은 완급 조절이다!

처음 공방을 문 열 때는 작업실의 의미로 만들었는데, 점차 꿈이 커지기 시작했다. 함께 공방을 창방한 라니 샘과 서로 크게 부담 갖지 말고 하자고 했건만, 설렁설렁하기에 둘은 너무나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공방을 약 4개월간 운영하면서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냈다.


- 클러치 완성 정규반 2명 수료

- 고양시 지원 지역 소모임 운영

- 꿈의 학교 강사 활동 중

- 플리마켓 5회 참여

- 크고 작은 수업들 약 10회 이상 진행

- 카드지갑 주문 제작


초반에 기본적인 물품들을 구입할 때 들었던 비용 외에는 매달 수입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 같다. 공방을 열 때만 해도 수익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온전히 자비로 운영하려 했다. 다행히 기대 이상의 수익이 생기게 되었고 월세와 관리비를 감당하고도 약간 남는 정도가 되었다.

우리 둘 다 사실, 크게 돈 욕심이 없다. 돈을 바라보고 일을 하지 않는 탓에 처음부터 크게 근심할 일도 없고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수강생에게도 타 공방과는 다르게 합리적인 금액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저 수업 자체에 즐거움과 만족감이 있었기에 바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렇게 일한다는 즐거움에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며 약 세 달을 보냈다. 매일 한 수업이 끝나면 다른 수업 준비를 하고 또 그다음 주문 들어온 일을 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은 일에 꼬리를 물며 이어져갔다. 주말과 주중 모두 나갈 일이 생기면 나가서 일을 했다.

그 사이 라니 샘과 우리 아이들의 방학을 맞이 했고, 그 와 동시에 강제 휴식에 들어갔다. 이 강제 휴식은 어찌 보면 우리 둘에게 잘된 일이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그 사이 잃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공방을 시작할 때도 라니 샘은 지혜로운 사람이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 이야기했었다. 공방 일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면 건강도 잃고 가족과의 시간도 없어질 것이다. 정말 그 말에 딱 맞게 3달을 쉼 없이 달린 결과 우리는 잃는 것이 생겼다. 정작 우리의 작업실이지만 우리가 하려던 일과 가죽공예 기술을 조금 더 올리기 위해 진행하기로 했던 스터디는 멀어져 있었다. 몸이 약했던 라니 샘은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나 또한 무기력증이 생겼다. 매일 바쁘기만 하고 왜 바쁜지도 모른 채 주말도 없이 일하고 집에 가면 피곤해서 늘어졌다. 아이들에게 해주던 일들도 점차 하나 둘 멀어져 갔다.



지난 4달간 공방을 운영하며 완급 조절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  수업이 생기고 주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달려들고 주말이고 주중이고 시작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가죽을 사러 다니고 아이템을 고민하고 수업을 했다.

 쉼 없이 생각할 틈 없이 달려온 결과, 출근하지 않는 삶을 살았던 나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스스로를 자유 영혼이라 부르며 가죽공예도 하고 싶을 때만 하던 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짐에 지쳐있었다. 제발 출근하고 싶다던 나는 어디 갔을까? 생각해보니 계속 일이라는 틀로 가두었다. 내가 좋아하던 가죽공예는 취미가 아닌 일이 되면서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때, 지혜로운 라니 샘은 나에게 말했다.

'아이들 방학은 부담 갖지 말고 애들 점심 주고 천천히 나와서 일하고 일찍 가자!'


라니 샘과 이야기를 나눈 후, 공방은 이전보다 조금은 천천히 쳇바퀴를 돌았고 천천히 흐르는 사이에도 새로운 수업들이 생겼다. 쉬면서 천천히 운영하다 보니 손이 근질근질 가죽공예가 그리워졌다. 휴가를 보내는 중에도 혼자 아이템 구상을 하고 캡처를 하며 공방 생각을 했다.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가죽공방이구나, 깨달으며 휴가가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라니 샘에게 자꾸 연락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개학을 하자 만세를 부르며 일찍 공방에 출근을 했다. 수업 의뢰가 들어온 이야길 들으며 새로운 수업을 할 생각에 설레었고 기대되고 가슴이 벅찼다.

공방 운영   경험했다고, 이제는 수업이 의뢰가 오면 어떤 종류의 가방이 수업 의뢰가 와도 무섭지 않았다. 수업 전에 수십 시간을 공들여 만들어보고 도안을 고민해서 완성해보고 수업을 잘 해냈다.


바빴던 만큼 '내가   있을까?' 했던 마음이, '이번엔  어떤 가방을 해볼까?' 바뀌었다. 고민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힘들다. 하지만 완성될 때의  기쁨! 해본 사람만이  기쁨을  것이다.  기쁨을 , 수강생과 함께 나눌  있다. 매일매일이 설렘으로 돌아왔다. 한두 달의 정리 기간이 지나고 정신없이 공방에서 일에 치여하다가 조금 쉬고 나니 알겠다.


그래, 이 기쁨 맛보려고 가죽 공예했지!

가죽공방을 운영하며 또 다른 기쁨이 수십만 배 생겨났다. 이제는 혼자서 하던 가죽공예를 라니 샘과 함께 고민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고, 수강생들과도 함께 가죽공예를 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가주 공예라는 매개체로 하나 될 수 있고 함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마음 하나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또 달리다 보면 너무 달려서 지나치는 것들에 눈이 가고 지쳐버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완급 조절을 떠올리며 나에게 가죽공방은 단거리가 아닌,  장기전 마라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조금 지치면 또 쉬어가고 다시 뛰고 또, 기대하고 그렇게 조절하며 가죽공예의 즐거움과 기쁨을 많은 사람과 나누며 가죽공예를 매개체로 많은 사람과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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