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다이내믹한 호주살기 시작! 2023/1/11-1/12
브런치에 호주한달살이 글 쓰자고 마음먹고 도착해서야 이제 미적미적 이야기를 적어 내려 본다.
어제 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정말 호주에서 이미 한 달은 산 것만 같은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다.
몇 년 만에 타본 비행기는 밤비행기라 인천공항의 상가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마시고 싶던 커피도 물도
포기한 채 겨우 빠리 바게트에서 소세지 네 개 산후 올라탔다. 작은 아이는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형이 남긴 치킨데리야끼 덮밥까지 모조리 긁어먹었다.
꼬리칸이라 밤새 시끄럽고 잘 수없는 환경이었다. 비행기는 다행히 좌석도 기대이상으로 괜찮았고
옆에 분과 뒤에 분 모두들 친절해서 좌석 눕히고 편하게 왔다. 승무원들도 대한민국 비행기답게 친절하고 상냥하셨다.
다만, 밤비행기라는 것이 꽤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비행기에 내려서도 비몽사몽 하고
눈도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공항 검색대에서 정직하게 약과 음식을 신고했는데, 아이들 먹을 약과 인스턴트 음식이라고 하니
쿨하게 무사통과!
밖으로 나와서 오팔 교통 카드를 사고 우버 타는 곳까지 무사히 갔지만 계정이 문제가 있다며 등록이 안되고 다른 폰으로 하니까 카드
등록이 안 돼서 급히 디디를 깔았다. 시드니 공항과 내가 예약해 둔 메리톤 스위트 마스코트는 거리가 가까워서 디디가 계속 안 왔다.
너무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와서 택시 타러 급히 갔더니 택시기사님이
내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25분 이상 걸린다고 미터기로 간다고 얼마 나올지 모르겠단다.
하아… 내가 우버앱을 보여주며 12분 거리라고 알고 있다고 하니까 자꾸만 아주 먼 곳이라고 반복하며
우버는 택시랑 다르다고 했다. 미터기에 간이 쫄깃해지기 싫어서 다시 디디를 잡으러 갔다..................
간밤에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잔 우리 셋은 기진맥진하고 디디는 안 오고......
결국 버스라는 미련한 선택을 했다. 바로 앞에 바스가 지나가는 걸 본 데다가 구글맵이면 다 통할 것 같았다.
그런데, 구글맵대로 갔는데 왜 때문인지 반대로 가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분들이 계셔서 함께 중간에 내렸다.
버스 타실 분들 꼭 기억하세요! 420번은 a, b루트가 있다. 탈 때 꼭 물어보고 타세요!!
시드니 공항 정류장은 같은데 두 코스로 나뉜다. 두 정거장이면 갈 곳을 빙빙 돌았다.
세 가족이 신 분들과 한 커플께서 우리를 안되게 여기셨는지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다. 바쁠 텐데 우리 가족을 도와주고 정말 정말 감사했다.
말씀해 주신 대로 반대로 가서 또 디디를 애타게 부르며 희망고문 당하다가 결국 420번 버스를 탔다.
애 둘에 ㅋㅋ 캐리어는 셋… 커브를 돌 때마다 캐리어들이 움직여서 나는 서서
안간힘을 쓰며 캐리어를 붙잡았다. 버스가 따로 짐을 놓는 곳이 없어서 눕힐 곳도 마땅치 않았다.
서있는 나를 다들 안타깝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하하하하하하 백만 원이 나와도 택시 탈걸^^^^^^^^^^****
오늘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서 내리고 찻길은 왜 그리 짧은지 작은 아이가 캐리어 밀고 오다가
빨간불이 돼서 큰애랑 나만 건넜는데, 내가 손짓으로 횡단보도 버튼을 눌러야 녹색이
된다는 말을 오라고 들었는지 냅다 뛰는 것이다. 달리는 차가 놀래서 아이 앞에서
섰다. 놀란 나는 동네방네 떠내려가라 소리를 질렀고 모두들 쳐다보았다.
당황스러움과 놀라움과 모든 감정이 뒤섞였다. 놀란 아이는 눈이 똥그래져서는
더 소리를 질러댔다. 길에서 한바탕 파이팅 넘치는 싸움을 했다.
서로 감정이 폭발해 버렸다. 서로 터지고 나서 묵묵히 말없이 다시 길을 찾았다.
또 오는 길에 셋이 세트로 같이 산 신발은 세트로 고장이 나서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예민의 극치인 컨디션에 내복도 껴입은 채라 날은 땀은 비질비질 나고
짐은 무겁고 배낭에 크로스백에 캐리어에…………. 금방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이런 일들이 생기다니….
여행은 아무리 닥치면 현실이고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지만 앞으로 있을 날이 긴데
첫날부터 이렇다니 두렵고 근심이 쌓이기 시작했다.
겨우 찾은 호텔 리셉션에서 뭔 소린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드도 안 보여서 찾아대고 머리가 멍하고 꿈꾸는 기분이었다.
기다리며 보니 작은 아이가 풀 죽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음이 짠해지고 미안함이 몰려왔다. 빨리 체크인하고 마음 좀 달려줘야지 하고
키를 받고 돌아서는데 작은 애를 다시 보니 하리보 젤리를 입안 가득 털어 넣고 있었다.
아이는 아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아.. 한국에서도 아닌 호주에서 길바닥 싸움이라니…
성질 죽여야지
이 글을 쓰는 시간은 벌써 1월 16일 아침이다. 그 전의 일들도 밀려 쓸 생각을 하니 감당이 안된다.
쓰는 데까지 써보자 ^^!
완전 거지꼴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