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배달의 민족 주문!

어디 있어? 우리는 네가 필요해.

by 서정

“띵동! 배달의 민족 주문!”


우리 반에는 배달의 민족이 있고 바람 도사도 있다. 특수부대원도 2명이나 있다. 배달의 민족을 찾는 나를 보고 몇 아이가 배달의 민족 알림음을 똑같이 따라 한다. 쪼르르 내게 온 아이들이 배달하는 것은 음식이 아닌 미술 시간 준비물이다. 학습준비물실에서 준비물을 가져와서 반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모두 한 가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1인 1역이라고 부른다. 바람 도사와 특수부대원은 어떤 역할인지 감이 오시는지. 바람 도사는 아침마다 교실 창문을 열어 텁텁해진 교실 공기를 환기한다. 특수부대원은 체육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체조 시범을 보인다. 거창한 역할은 아니지만, 안 하면 금세 표가 난다.


“바람 도사 뭐 해?”

“특수부대 어디 있어?”


교실 창문이 닫혀있거나 체조할 때 아무도 나오지 않으면 다들 1인 1역의 주인공을 찾는다. 모두의 부름에 주인공은 ‘아차!’ 하는 얼굴로 배시시 웃으면서 나온다. 한 번 1인 1역을 정하면 두 달 정도 한다. 두 달이 끝나갈 때쯤이면 모두 서로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게 된다. 서로의 이름 뒤에 붙은 작은 책임들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존재감 없는 아이. 어른들은 돈은 많고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르는 삶을 꿈꾸지만, 아이들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에서 존재감 없는 아이가 되고 싶은 아이는 없다. 3월이 시작되고 며칠만 지나도 아이들은 서로의 존재감을 공유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 운동 잘하는 아이, 인기 많은 아이는 금방 정해진다. 급식 남기지 않는 아이가 누구인지까지도 다들 안다.


그런데 누구나 공부 잘하고, 운동을 잘할 수는 없다. 인기는 한두 명에게 몰리기 마련이고, 급식을 잘 먹는 일도 쉽지 않다. 그렇게 따내기 어려운 이름표 말고, 우리 반에 있기만 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름표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 1인 1역 정하기를 매번 한다. 우리 반에 필요한 역할들을 고민하고, 얼토당토않게 웃긴 이름들을 붙이고, 처음 두 주 정도는 1인 1역을 책임감 있게 하라고 잔소리를 쏟아낸다.


그러나 학교생활이라는 것은 정신없기 마련이다. 어제 못 끝낸 보드게임을 결판내야 하고, 수업 시간에 다 못 푼 수학익힘책을 풀어야 할 때도 있다. 수다만 떨어도 쉬는 시간 10분은 금방 사라진다. 1인 1역을 매번 빼먹지 않고 잘하는 것은 힘들다. 그럴 때 또 누군가 외친다.


“배달의 민족 왜 일 안 해? 어디 있어!”


볼이 빨개질 정도로 열을 올리며 보드게임을 하던 아이가 그제야 슬며시 온다. 귀찮게 느낄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해서 찾는 것은 마냥 귀찮은 일만은 아니니까. 두 달이 지나고 1인 1역을 다시 정한다. 그때 가장 인기 없는 1인 1역은 가장 바쁜 1인 1역이 아니다. 가장 할 일 없이 한가한 1인 1역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역할’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다르다. 우리 반에서 필요 없고 존재감도 없는 그 역할은 결국 다른 역할로 바뀌곤 한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할 일이 없다는 건, 나를 찾는 목소리도 없다는 뜻임을.


능력이 좋아 눈에 띄는 아이가 되면 좋겠지만 모두 그럴 수는 없다. 그래도 괜찮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애타게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감은 생긴다. 그런 교실을 만들고 싶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모인 교실은 평소처럼 바쁘게 굴러갈 것이다. 주말 동안 밀린 이야기도 해야 하고, 숙제를 놓친 아이는 부지런히 쉬는 시간에 하고. 그러다 보면 어떤 아이는 내 잔소리에도 1인 1역 하는 것을 깜빡할 것이다. 그럴 때면 우리는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찾을 수밖에.


어디 있어? 우리는 네가 필요해.


wrks-709e398a-220c-4283-948a-1445d1a16a20.png 제미나이 AI 이미지


수요일 연재
이전 02화꿈이 감자였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