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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혜 Mar 02. 2022

생각의 공간을  내어 주는  곳

High hand nursery

 집에서 30분쯤, 우회전 좌회전 몇 번 없이, 그저 반듯이 달리다 보면 도착하게 되는 곳. 시간이 없을 때보단 여유가 있을 때 하지만 마음은 편할 때보단 조금은 답답할 때 찾게 되는 곳. 내 마음의 일등 가든센터,  High hand nursery가 그곳이다. 집 가까이의 홈디포나 로우스의 가든 센터에서도 모종, 흙, 영양제에 가드닝 도구까지 필요한 것들은 모두 살 수 있다. 그래도 세 번에 한 번은 나는 이곳을 찾는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기 보단 생각할 시간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High hand nursery는 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어 다른 가든센터와는 좀 다르다. 물론 처음부터 너서리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이 가든센터가 있는 Loomis 지역은 땅이 비옥해 과일을 기르기에 좋았고, 그래서 꽤 오랫동안  사과, 자두, 베리 등의 과일을 모아 패킹해 전국으로 보내던 곳이었다. 그랬던 곳이 1980년대에 용도 변경이 되어, 현재는 가든 센터뿐 아니라 온실을 개조해 만든 카페도 있고, 과일을 패킹하던 옛 창고 건물엔 정원 장식품과 화분, 핸드 메이드 카펫,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비니거를 파는 상점들이 있다.  



온실을 개조해 만든 카페

규모와 성격 말고도 여타 가든센터와의  차이를 꼽아 보자면, 단순한 모종의 진열도 획일적이지 않고 상상이 더해져 있어, 마치 여러 정원을 둘러보는 것 같다. 또 깨진 화분, 오래된 공구로 만든 장식품은 정원을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꽃과 나무가 있는 흙길과 삐걱거리긴 해도 화분과 장식품을 보며 걸울 수 있는 오래된 나무 마루 길은 가든센터라는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고  재해석해 색다른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이곳을 걷다 보면 마음에도 여유의 공간이 생겨, 꽉 닫힌 생각도 부드러워지고, 내내 풀리지 않던 매듭의 끄트머리를 찾기도 한다. 천천히 걷다가, 멈추다가 그러다가 보면 비로소 보이는 새롭고 신기한 생각들.


어쩌면 너무나 낯선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우리에게도 세상을 보는 신박한 생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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