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주행 연습을 하다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어요.
코로나가 한창 퍼지기 시작할 때쯤 대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고, 꾸준히 하던 알바도 그만두어 집에만 있게 되었다. 무료한 일상을 참지 못하고, 미뤄왔던 숙제인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다. 장내시험은 가뿐히 통과하고(T자 주차에서 살짝 감점당한 건 일단 비밀로 해야겠다.) 강사님과 함께 도로주행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초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아까운 병아리 운전자에게 도로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내 차가 앞 차에 부딪히진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앞에만 뚫어져라 주의하며 운전을 했더니..
"운전을 잘하려면 멀리 봐야 돼요."
옆자리에 앉은 강사님께서 한마디를 넌지시 건넸다. 초보 운전자들은 시야가 좁아서 본인 차 바로 앞만 보기 일쑤인데, 사실상 갑작스러운 사고들은 멀리서부터 먼저 봐야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 멀리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진 않는지, 몇 앞선 차들이 사고가 나서 급정차하진 않았는지, 갑작스럽게 비상등을 켠 차가 있진 않은지 알려면 시선을 먼 곳으로 옮겨야 한다.
맨땅에 헤딩으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요즘, 강사님의 저 한마디가 종종 귓가에 맴돈다. 친구들은 이제 슬슬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나는 홀로 불확실한 미래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나에게 확신에 찬 기대를 보여준 사람은 없었다.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은 내가 갑자기 뜬금없이 사진작가가 되어보겠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스냅작가라는 직업이 나한테 잘 맞았고, 스냅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사랑하게 된 나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좋은 성과를 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전에 다니던 회사의 월급을 8일 만에 벌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얼떨떨한 감정이 컸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그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스냅을 시작하면서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풀액셀만 밟으면서 달려왔는데, 문득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누군가 책임져주지도 않는 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내 판단이 옳은 것인지 알려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가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멀리 봐야 한다"는 강사님의 이야기가 위안이 되곤 한다. 바로 앞 상황만 보고 사고 날까 염려하는 것이 더 큰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상황에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멀리 내다보고 차분히 달려가야 한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행복해서 오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선 차근차근 스스로를 정비하며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