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갔는데 어쩌다 보니 일만 하고 왔어요.
올해 1월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갔었다. J반 P반 인간형이라 무작정 비행기부터 예매했다. 그동안 여행을 혼자 간 적이 없는 이유는 단순히 심심할까 봐였다. 그래서 게스트 하우스로 숙소를 잡았다. 적당히 낮에는 혼자 놀고 저녁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혼자 간 여행도 처음이었고, 게스트 하우스도 처음이었는데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간 게하는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사장님이 뮤직바를 운영하셨는데, 큰 빔프로젝터와 빵빵한 스피커 여러 개로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이 너무 좋았다. 원래는 3박이었던 일정이 갑작스레 4박이 된 이유도 게하가 너무 좋은 탓이었다.
"사장님 저 곧 다시 올 건데, 스탭 시켜주세요!"
사장님께 정중하고 당당하게 스탭 시켜달라고 말씀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두 달이 지난 3월에 5박 6일간 스탭으로 단기 취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여행이 목적이었다. 스탭 일이 많은 건 아니니까 남은 시간에 여유롭게 부산을 즐길 생각이었다. 초반의 생각은 바로 까먹고는 5박이나 가니까 부산 촬영을 해봐도 좋겠다 싶어, 냅다 부산 스냅 이벤트를 오픈했다. 예약이 들어올 거라고 기대는 안 했는데, 나는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니까 내 팔로워는 대부분 서울이나 그 근처 지역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예약이 안 들어온다면 맘 편히 여행하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굳이 광고도 돌리지 않았다. 부산 스냅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커플 스냅 문의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심플웨딩, 개인 스냅 예약까지 들어왔다. 감사하게도 내 스냅 계정이 천 명이 안되었을 때부터 팔로우해 주셨던 울산, 대구 분들이 찾아주셨다. 사실 문의는 더 있었는데, 시간 조율이 안 돼서 더 받지는 못했다. 생각해 보니 부산은 내가 살아본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장소 답사할 시간도 필요해 3팀 이상 진행은 어려울 것 같아서 일찍 마감했다.
무작정 부산에서 스냅 예약을 받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장소였다. 개인 스냅을 예약하신 분은 광안리에서 찍고 싶다고 하셔서, 거기는 내가 많이 가본 곳이라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커플, 웨딩 팀은 부산과 가깝게 사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누가 봐도 부산 관광지인 그런 곳은 원하지 않으셨고, 나에게 장소를 추천해 달라고 하셨다. 서울에서 스냅을 찍을 때도 장소 추천을 많이 해달라고 하시는데, 부산에서.. 요? 솔직히 당황했지만, 절대 "전 부산에 안 살아봐서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도, 그렇게 말해서도 안 되기에 열심히 고민했다. 다행히 딱 떠오른 곳이 있었다. 부산 스냅을 오픈하기 전, 인스타그램에서 벚꽃이 예쁘게 피는 부산 개금동 사진을 봤었는데 내 스냅 계정에 딱 어울리는 곳이라 저장해 놨었다. 커플 팀에게 추천드려 보니 마음에 들어 하셔서 장소는 비교적 수월하게 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웨딩 팀. 이 분들도 개금동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웨딩은 촬영 장소가 2곳까지 가능해서 다른 곳도 추천드려야 했다. 처음에 말씀하신 곳은 삼락생태공원이었는데 개금동과 거리가 꽤 되었고, 너무 유명한 곳이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중 나의 지인분이 예전에 부산여행에서 현지인 추천을 받아 간 곳을 알려줬는데, 아직 관광지로 소문나지도 않았고, 규모가 상당해서 사람이 좀 몰려도 구석구석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곳 사진을 보내드리니 좋다고 해주셔서 이로써 장소 컨택은 무사히 완료했다.
이제 부산에 가서 할 일은 게하 스탭일, 촬영 장소 답사, 3팀의 촬영... 여유롭게 힐링 여행이라 생각했던 초반의 목적과는 상당히 거리가 생겨버렸다. 여유와는 어울리지 않는 삶이기에 오히려 좋았다랄까. 바쁘다 바빠 부산 출장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