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전 안부치는 며느리
기름 냄새 맡고 수다 떨고 싶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추석도 지났다. 올해도 몇 달 안 남았음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어쩌면 추석이란 시점이 여름에서 가을에서 겨울로 날씨를 당기고 있는 듯하다 갑자기 추워지는 건 너무 싫은데 이상하리 만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여름방학도, 곧 닥쳐올 겨울 방학까지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결혼 12년 차가 되었다. 눈떠보니, 참 허송세월이랄 것도 없이 아이 셋 낳은 몸은 허리며 골반이며 비가 오면 왠지 쑤씨는 기분이다. 뼈도 굵어진 기분.. 10년 치 집안일을 거뜬히 해내면 이 정도 깡은 나올까? 그래도 하기 싫은 집안일..! 아줌마 근성일까 예전보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혼술까진 아니지만 혼밥까지 하는 배짱도 생겼다.
외며느리인 난 어쩔 땐 아랫동서나 윗동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아이 조카가 없다 보니 시댁을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명절 행사처럼 전 부치고 며느리 수다는 빼놓을 수 없지만,, 뭐 물론 사이가 좋아야 가능하겠지만, 나에겐 그럴 사람도 없다는 게 문제다. 아이들이 소통할 곳도 없어서 아이들은 명절엔 일찍 가기 싫어하는 눈치다. 가면 심심하다고 하고 자주 가지 않으니 정도 안 생기나 보다..
큰제사가 없으니 음식 가짓수도 그렇게 많지 않고, 간소하게 몇십 년 하셨으니 내손길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으셨다. 아이 셋 낳고 키우다 보니 이제 그러려니가 되었다. 세월 지나니 당연시되어 버렸다.
몇 년 전엔 추석전날이나 설날 전에 들어가서 자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당연한 듯이 당일 아침에 가게 되었다. 남편도 별말 없이 따르는 눈치였다. 거리가 멀었다면 미리 갔겠지만 20~30분 거리라서 그런 듯하다.
미리 안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불안해 떨었는데. 이젠 머라 할 것도 없는 것 같다. 내 집에서 편안하게 자고 아침에 간다. 단점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한다는 게... 문제지만..
시댁 가서 설거지만 하고 챙겨주는 음식만 갖고 나오는 불량 며느리가 되어버렸다.
좋은 건지 싫은 건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