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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Oct 14. 2023

자식 없이 사는 게 상팔자

12년 만에 쓰는 출산과 모유수유기 

친구들 단톡방에서 카톡이 왔다.  앞뒤 없이 자식 없이 사는 게 상팔자라는 말만 남긴 채  쌍둥이를 키우는 친구는 두 돌이  된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했다.

하원시간만 되면 겁이 난다는 친구는 아이가 울고 때 쓸 때, 엄마 마음 몰라줄 때, 밥 던질 때, 밥 안 먹으려 할 때 등등, 대화가 되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많이 지친 모습인 듯했다. 


  나의 육아도 쉽진 않았다. 아이 셋을 낳고 키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대가 없는 일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희생에 의한 부모역할을 해내는 하루하루는 버겁고 독박육아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외롭고 힘든 나날이 계속되었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입에 들어가는 먹는 것 하나하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결과물이었다.


  아이 낳고  회음부 쿠션 끼고 손수건 들고 수유실로 가는  산모의 모습을 보며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책으로 봤던 출산의 과정은 그림으론 쉬웠지만 첫 출산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모성애는 어디서 나와야 하는 건지.. 조리원에 있어도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희생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계로 출발이었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좋지 않고 정체된 있는 기분 탓에 미역국을 먹어도 즐겁지 않았고 눈물만 꾸역꾸역 났다. 남편은 날 알아채주는 듯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오롯이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무한대 감정이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참 위대한 일인 줄.. 그때서야.. 첫발을 뗀 듯했다.

 



  첫 출산 첫 육아는 시작되었다. 아이를  낳고 나면 모유가 펑펑 나올 줄 알았다. 몸을 채 추스르지 못한 채 신생아실에  아이와 첫 대면을 했다 무릎에 앉혀보고 감격의 눈물일까 내 뱃속에서 낳은 아이가  이 아이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아픈 몸과 아이를 대면하니  감격보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함도 함께 밀려왔다.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시도했다. 어떤 기분인지 상상조차 하지 않았기에  기분이 좋다는  감흥보다 "아야"라는 소리가  나왔다.  연습 없이 유륜과 가슴을 아이 입에 물린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출산 후 3~5일 정도 고생했다. 처음부터 유선이 뚫리지 않았고  아이도  가까이 있지 않으니 바로 먹일 수가 없었다. 며칠뒤 가슴이 슬슬 열이 오르고 부풀어 있었다.  유선조차 뚫리지 않는 상태라  자주 젖을 물렸고  그 와중에 잠은 왜 이렇게 오는지, 호출을 몇 번이나 부르는지.. 내가 아이를 낳은 건지 모유를 낳은 건지 알지도 못한 채...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은 흘러갔다.



모유를 먹으면 자궁의 옥시토신 호르몬이 증가된다고 했다. 자궁이 수축하는 듯 과학적인 기분도 느끼게 되었다. 모유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많이 먹고 국물 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모유가 늘어나면서 슬슬 밤에 더 가슴의 통증이 더해졌다.   찌릿함과 뜨거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유축기 앞에 쭈욱 쭉 뽑아내며 젖양을 늘려갔다.  남들 다 잘 때 유축하는 기분이란.. 안 느껴 보면 모른다. 젖소가 된 듯  유축기로 짜낼 때면 내가 사람인지 소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다. 호르몬 작용으로 시간만 되면 땡땡해지는 가슴은 수시로 아이가 먹을 만큼의 모유가 다시 차게 되고 수시로 커가는 개월수에 따라 젖양의 색깔도 변한다고 했다. 이론은 모르겠고  가슴은 아파 죽을 것 같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차곡차곡 모아 밤에 먹일 양식을 신생아실에 갖다 줄 때면 뭔가 해낸듯한 뿌듯함이 있었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며 괜한 동질감과 경쟁심을 느꼈다.  아이 낳기 전엔 그래도 탱탱하고 고왔던 형태가 아이 낳고 보니 풀 죽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수술? 운동? 어느 것 하나 생생했던 처녀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하게 되었다. 

그렇게 모유수유와 육아는 시작되었다. 

2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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