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끝에서 중력을 찾다

by 탁온기

어느덧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세 달이 되었다. 요일마다 운동 종목은 조금씩 다르다.

그동안 나는 덤벨로 팔을 들어 올리거나, 다리에 힘을 주며 스쿼트를 해왔다. 박스 점프도 하고, 버핏을 하며 철봉에 매달려 복부에 힘을 주는 운동도 했다. ‘불가리안 백’이라는 레슬링용 운동기구로 전신을 단련해왔고, 원판으로도 여러 동작을 시도해봤다.

아직 해보지 못한 운동이 많지만, 코치가 알려주는 동작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따라 하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처음엔 팔이 떨리고 다리가 흔들렸지만, 이제는 자세가 무너지더라도 끝까지 버텨보려 한다.

크로스핏은 단순히 힘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몸으로 배워가는 과정’ 같다. 하루하루 몸의 감각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내 한계를 찾고 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아직 서툴고 자세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재밌다.

완벽하게 익히려면 1~2년은 걸릴 것 같다. 빠르면 6개월이나 9개월일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니까. 요즘은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게 목표다.

오늘은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났다. 씻고 회사에 가기 전에 체육관으로 향했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쉽지 않지만, 알람만 잘 맞춰두면 충분히 가능하다. 수업은 휴대폰 어플로 예약해야 한다. 가끔 예약만 해두고 오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물론 늦잠을 잘 때도 있겠지만, 아침 운동은 비교적 꾸준하게 하고 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무리하면 다칠 수 있기에, 오늘은 몸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바벨을 이용한 스내치 운동을 했다. 무게는 올리지 않았다. 쌩초보인 내가 무게를 올리면 중심을 잃을 수 있으니까. 자세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며 연습했다. 재미를 느끼진 못했지만, 나름 할 만했다.

집에서도 연습해보고 싶었지만, 고층 아파트라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체육관에서 개인 운동할 여유가 있을 때 다시 해보려 한다. 바벨을 잡고 양팔을 벌려 허벅지와 다리에 힘을 줄 때마다 묘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지난 12년 동안 나는 운동을 ‘발로만’ 해왔던 것 같다. 혼자 런닝머신만 뛰고, 다른 기구 운동은 그저 형식적으로 했다. 재미도, 성취감도 없었다. 이제야 진짜 운동을 배우는 기분이다.

사실 운동을 시작한 건 건강 때문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근육량이 줄어든다는 말을 듣고 인바디를 재봤는데,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다. 충격이었다. 그래서 무료체험을 신청했고, 정식으로 등록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체력이 조금씩 오르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내 몸은 중력에 붙잡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바벨을 든다.

조금 더 버티기 위해, 내 중력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