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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 Dec 30. 2022

미수

편집 / ep 7.

돌조각을 하나 빼내어

묻은 모래를 털어버린다.

그리고 있는 힘껏 던져본다.


찰나 후,  물결은

투척물을 중심으로

정원의 형상을 띈 채

뭍의 가녘으로 걸음 한다.


귀를 아리던 두견새의

울음이 그칠 무렵,

더 이상의 진동은

감지되지 않았다.


무익한 꿈을 꾼 것인가.


내가 보았던 격렬한 진동은

괴수에게 식음 당하기 전의

마지막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먹이를 꿀떡 삼킨 괴수는

다시 저 깊은 수저에서

고요를 자처한다.


뭍에는 홀로 남겨진

작은아이만이

잔잔해진 물결을

슬픈 눈으로 음미하고 있었다.


어디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다시 귀를 아린다.

두견새는 아니었다.




나를 끝없이 쇄신하여

천지를 개벽하리라.


부정에 맞서며

나의 뒤를 돌아

한 점 부끄럼이 없게 하리라.


경험을 정진하되

나의 견문을

끊임없이 경계하리라.


마지막으로

나의 기도가

미수에 그치지 않기를.

고요 속에 잠식되질 않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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