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

숫돌

편집 / ep 8.

by 하노

저에게는

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날이 선 것들로부터

나의 심장을 지키기 위한,

한 뼘, 단도이지요.


항시 하는 걱정은

이 작은 칼이

쓸데없는 곳에

사용되는 경우입니다.


검은 숫돌 위에서

빠듯한 선악의 기준을

곱씹으며 날을 갈아 왔기에


이것이

그대의 여린 심장을

깊게 베어,

더러운 흉을 지게 할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다시는 칼을 갈지 않겠다고.

그대를 위해하지 않겠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