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작은 공연장
지휘자는 나비처럼
사뿐히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단상에 오른다
그는 한 마리 부지런한 꿀벌
뾰족한 침하나 손가락 사이에 끼고 지휘를 한다
유연하고 날렵한 그의 침이 율동을 시작하면
율동은 그대로 소리로 변해 우리에게로 온다
그의 침은 예고 없이
오케스트라 여기저기를 단호하게 찌르고
찔린 곳에선 아름다운 소리들이 튄다
가야금은 고요한 밤비 되어
유리창에 잘게 속삭이고
대금은 다시 대나무 되어 농익은 바람을 다스린다
두 줄 해금은 옛 고려인의 서글픔인가
시골 잔칫날처럼 피리는 한껏 들떠
탁주 한잔 받아 놓은 각설이가
춤이라도 한판 추어야 할 것 같다
오케스트라 맨 뒤 줄엔
꿀벌의 춤에 취한
볼 빨간 디오니소스
꽹과리를 치고 북을 울린다
마지막 카타르시스
지휘자는 그의 마지막까지 남겨놓은
최후의 벌침을
오케스트라에 깊게 박아 넣고는
장렬히 전사한다
관객을 향해 뒤돌아선 그의 침 끝엔
마지막 땀방울이 맺혀 떨고 있다
브라보 청주시립국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