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발견 2

함석헌 편

by 조헌주


함석헌이 수없이 감옥을 드나들고 불의 앞에 서서 가장 험난한 한국 근현대사를 뚫고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운도 좋았지만, 그 삶의 태도에서 그 신비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사랑은 너와 나가 없는 것이다.

원수마저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그는 노자, 장자 사상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간디의 비폭력 저항에도 관심이 많았다.

노자와 간디의 사상에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적마저도 사랑하는 것이 가장 강한 자가 아니겠는가.


노자 도덕경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듣건대 삶을 잘 기른 이는 뭍을 다녀도 맹수를 만나지 않고, 전쟁터에서도 병기에 다치지 않는다고 한다.

외뿔소는 그 뿔로 받을 곳이 없고,

호랑이는 그 발톱으로 할퀼 곳이 없으며,

무기는 그 칼날로 찌를 곳이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죽을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칼보다 해로운 도구가 없고, 외뿔소나 호랑이보다 위험한 짐승이 없다. 그런데 창칼로 하여금 그날 끝으로 찌를 곳이 없게 하고, 호랑이나 외뿔소로 하여금 그 발톱과 뿔로 할퀼 곳을 없게 하니, 이는 참으로 욕심이 그 몸을 얽어매지 않게 한 때문이니 어찌 죽을 곳이 있겠는가! 저 독충들은 연못이 얕다고 여겨 그 속에 구멍을 뚫고, 송골매는 산이 낮다고 여겨 그 위에 둥지를 얹으니, 주살이 닿지 못하고 그물을 씌우지 못하니 죽을 곳이 없는 곳에 거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침내 달콤한 미끼에 걸려서 사지에 빠져버리니 너무 잘 살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사물이 구하는 것 때문에 근본을 떠나지 않고, 욕심으로 인해 참모습을 더럽히지 않으면, 비록 전쟁터에 들어가더라도 해를 받지 않으며 세상을 돌아다녀도 다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갓난아이야 말로 참으로 본받아 귀하게 여길 만하다.

온 세상 사람들은 나의 도가 너무 커서 닮은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크기만 해서 닮은 것이 없는 것 같으니, 만약 무언가를 닮았다면 본래가 변변치 못한 것일 뿐이었으리라.”


왕필 저, 임채우 옮김, 《왕필의 노자주》, 한길사, 2008.


도가 너무 커서 닮은 것이 없다는 것은 공자가 말한 군자불기(군자는 그릇 되어 쓰이지 않는다)와도 상통한다.

우리가 같은 형제 한 몸인 것을 알지 못해서 너와 나를 가르고, 그로 인한 욕심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되므로 창칼로 찌르고, 호랑이를 잡으려는 욕심에 호랑이에게 당하는 것이다.

욕심이 없다는 것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진영도 없고, 편 가르기도 없고, 너와 나가 없이 하나 됨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고 했던 함석헌의 말의 태도 또한 이러한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적이 찌를 수 없는 무기를 가졌던 것이다. 피아식별이 안 되는 것이다. 천하무적이었던 것이다.


간디 자서전 서문에서 함석헌은 이렇게 쓰고 있다.


"조명탄은 양쪽에 다 같이 빛이 되듯이, 참 속에는 옳은 것 그른 것이 다 같이 서는 것이고, 사랑 안에는 선한 것 악한 것이 다 하나로 살 수 있습니다."


간디 저, 함석헌 번역,《간디 자서전》, 한길사, 2015.


윗글은 간디의 비폭력 저항에 대한 적절한 비유가 될 것이다.

결국 진리와 사랑 안에서는 너와 나가 없고, 적도 없고, 모두가 하나라는 것이다.

모두가 한 몸이라면 자신의 몸에 스스로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비폭력 정신은 사랑에서 나온다.




손자병법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 했듯, 적이 없는 사람이 천하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체육대회에도 부전승不戰勝이란 것이 있다.

부전승으로 올라가면 싸우고 올라온 팀보다 이길 확률이 크다.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교도 중요한 것이다.



凡用兵之法,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무릇 용병의 방법에 있어서 적국을 온전하게 두고 승리하는 것이 상책의 용병이고, 적국을 파괴하여 이기는 것은 차선책의 용병이다.

적군을 온전하게 두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고, 적군을 파괴하여 이기는 것이 차선책이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이런 고로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선 중의 선이 아니다.

전쟁하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선 중의 선이다.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고로 최상의 방법은 적의 계략을 간파하고 그것을 좌절시키는 것이고, 차선책은 적을 고립시키기 위하여 적의 친교국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다. 그다음 방법이 적의 군대를 직접 치는 것이며, 최하의 방법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적이 유리한 성을 공격하는 것은 아군에게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므로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적을 이기더라도 그들을 온전하게 두고 이겨야 얻는 것이 많고, 아군도 최소한의 피해를 보기 때문에 상책인 것이다.)


故善用兵者, 屈人之兵而非戰也. 拔人之城而非攻也.


고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과 전쟁을 하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킨다. 적의 성을 공격하지 않고도 빼앗는다.



- 原文 孫子兵法 第三(謀攻篇): 손자병법 모공편(공격을 도모하는 방법) -





다음 편에 계속.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