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편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치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사랑은 모든 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랑이 진리라는 믿음, 그 믿음으로 말미암은 소망.
성경에는 아름다운 말이 나온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사랑은 존재를 자유롭게 한다. 그것은 작은 자유가 아니다. 대자유. 세상과 하나 되는 것.
불가에서는 이것을 해탈이라 말한다. 자신에 얽매이지 않고, 다 벗어 던질 수 있는 자유.
사랑하는 사람은 정성의 가치를 안다.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바라볼 줄 아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에서 "성실(정성)은 공부의 결과가 이루어지는 곳."이라 하였다.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다.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그 신념, 믿음을 도로 빼앗는 것이 된다.
함석헌은 말한다.
참은 참음(忍)이다. 깨야 하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졸음을 참아야 하고, 피곤을 참아야 하고 아픔을 참아야 하고 낙심하는 것을 참아야 한다.
불교에서는 이 세계를 사바세계라 하는데 그것을 번역해 쓰면 인토(忍土) 혹은 예토(穢土)라 한다. 이 세상은 참을 곳이란 말이다. 더럽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거짓은 더러운 것이다. 참으면 더러울 리가 없다. 이 세상은 피와 땀의 세상이요, 눈물의 세상이라 하지만 그것은 다 더러운 것이다. 생명을 죽인 것이기 때문에 더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은 참아야 한다. 시체가 가득한 죽음의 골짜기에 헤매어 들었다면 그곳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참아야 할 것 아닌가. 피곤해도 참고 졸음이 와도 참고 죽도록 아파도 참아서 달음질을 해야 할 것이다. 참음에는 끝이 없다. 십 년 공부를 했더라도 하룻밤을 못 참으면 나무아미타불이다. 무엇에도 져서는 아니 되는, 무엇보다도 강하고 무엇보다도 긴 것이어야 한다. 모든 것에 끝을 내고, 자기는 무엇에도 끝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참음이요, 참이다.
넓고 넓어서 용납 못할 것이 없는 바다 같은 것이요, 높고 높아서 그 그늘 아래 쉬지 못할 자가 없는 큰 나무 같은 것, 낮고 낮아서 받아들이지 못할 구정물이 없는 골짜기 같은 것, 부드럽고 부드러워 못 가 있을 곳이 없는 물 같은 것, 작고 작아 못 들어갈 틈이 없는 원자 같은 것, 그것이 참음이다. 바울이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다” 한 것은 옳은 말이다.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마지막까지 깉을 참은 사랑이다.
함석헌 저,《함석헌 저작집 세트》, 한길사, 2009.
-「진리에의 향수」(제1권 『들사람 얼』)
밤숨이 무엇입니까? 생명의 숨입니다. 생명은 스스로 하는 것이요 영원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찍고 뜯어먹어도 또 돋아납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야말로 밖에서 오는 물건의 시달림 · 짓밟힘을 받아 거의 길바닥처럼 그 감수성을 잃어서 그렇지, 그렇지 않고 맹자가 말하는 ‘평단지기’(平旦之氣) 곧 이른 아침의 맑은 생각으로 본다면, 찍힌 데서 다시 돋아나는 새싹의 모습이야말로 참 시요, 찬송이요, 기도입니다.
만물은 다 그 속에 그런 생명의 숨을 품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주의 근본이요, 인생 역사의 근본입니다. 우리 속에는 다 그 생명의 숨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방해하지 말고 기르란 말입니다. 도끼로 나무통을 찍어 넘긴 것도 용서할 수 있습니다. 나무꾼이 낫으로 벤 것도 참을 수 있습니다. 말과 소가 한두 번 뜯어먹었다 해도 희망 있습니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뜯고 뜯으면 아무리 하늘이 준 자연의 힘이기로 어찌 견디겠느냐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처럼 한없이 약한 듯하면서도 한없이 강하고 질긴 생명의 소생하는 작용은 언제 되느냐 하면 밤 동안에 됩니다. 낮은 일이 주장하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이 소모되기만 합니다. 사람들이 낮이 좋은 줄만 알고 밤이 어떻게 필요한 것은 모르는 일이 많지만 사실 이 천지에 낮만 있고 밤이 없었다면 생명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씨알이 아구를 트는 것은 밤입니다. 상처가 아무는 것도 밤입니다. 밤은 쉬는 때입니다. 쉬는 때가 사는 때입니다. 숨을 쉰다 숨 태운다는 말이 이것을 증거 합니다. 이것이 아마, 안식(安息) 사상의 근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생명을 살리겠느냐 죽이겠느냐 하고 반문을 하셨습니다.
생물적 생명에서도 그렇지만 도덕적·정신적 생명에서는 더 합니다. 밤은 고요하고 쉬는 시간입니다. 이 고요하고 쉬는 동안에 상했던 생명력이 도로 살아납니다. 그래서 맹자는 이 밤숨 마저 끊어지면 짐승이 되어버린다 한 것입니다.
함석헌 저,《함석헌 저작집 세트》, 한길사, 2009.
-「밤숨을 끊지 말라」(제8권『씨알에게 보내는 편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