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

시와 단상

by 조헌주



살랑대는 나무 가지와 흐느끼는 나뭇잎 사이로

나는 지나간다


때로는 파도를 일렁이고

하늘에 살아

흩날리는 눈발과 목적지를 같이하기도 하며

가을볕에 반짝이는 우듬지의 나뭇잎들을

속삭이게도 하는

나는 바람이다


여름의 숨 막히는 태양과 겨울의 눈보라도

나의 의지를 흔들지는 못했다


고고한 여인의 단아한 치맛자락도

함부로 날리고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나는 바람이다


새의 날갯짓에 아파하지 않고

그들의 날개에 스며 방향을 같이하는

나는 바람이다


한 잎 나뭇잎이 떨어질 때도 이리저리 몰아가며

한 줄 생각을 떨구게 하는

나는 바람이다


가을볕에 익어 떨어지는

빨간 나뭇잎에 향기를 입히는

나는 바람이다


그대 곁에 잠시 머물다 가는

그 흔적이 남지 않음에 아름다운

나는 바람이다






바람은 변화고 자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