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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앞에

시와 단상

by 조헌주



바람 앞에 서라

시간보다도 빠른 바람 앞에 서라

날것의 언어로 속삭이는 바람 앞에 서라

그 앞에 서면 걱정도 고뇌도 휩쓸리는 티끌일 뿐

원시의 인간으로 바람 앞에 서라

한 움큼의 흙을 잡고 벼랑에 선 나무처럼 바람 앞에 서라

세월에 뿌리박은 바위의 의연함으로 바람 앞에 서라

바람 불어 내 의지와 고뇌 깃발처럼 나부낄지라도

적을 기다리는 성 위의 깃발처럼 당당하게 바람 앞에 서라

바람의 형상 그대로 받아 안아 휘날리는 깃발처럼

거짓 없는 몸짓으로 바람 앞에 서라





운명에 맞서는 자, 바람 앞에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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