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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가끔 속상한 라면 대접

영업하는 남편 뒷모습이 가끔은 슬프다.

by 눈꽃


"색시야~ 오늘 아무래도 늦겠다. 저녁 먼저 먹어."



남편은 내게 19년 전 연애할 때부터 현재까지, 줄곧 '색시'라는 호칭을 쓴다. 그런 그에게 전화가 왔다. 월요일이라 일찍 올 거라는 기대는 진작에 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오늘도 손님들을 만나느라 남편의 저녁시간은 일의 연장으로 하루가 마감될 모양새다.



"오빠~ 또 손님 만나는구나. 저녁 메뉴는 머야?"


"킹크랩"


"우와 맛있겠다. 알겠어. 맛있게 먹고 와!"



남편 없는 날은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남은 가족끼리 저녁상도 조촐하게 차려 먹게 된다. 오늘도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리다가 잠든 사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을 보아하니 출근은 어제 아침 일찍 했는데, 귀가 시간은 벌써 자정이 넘어버렸다.



"너무 피곤하지? 어서 씻어."


"미안한데, 라면 좀 끓여 줄 수 있어? 배고파서..."



분명히 저녁 메뉴는 킹크랩이라고 했는데... 저녁 메뉴가 킹크랩이어서 좋겠다고 새침한 말을 했던 나다.

내가 너무나 단순했다. 킹크랩을 잘 먹고 올 거라는 착각을 하고 말았다. 남편은 아무래도 편할 순 없었던 자리에서 그 맛있는 킹크랩 다리 한쪽도 제대로 못 먹고 온 모양이다. 이럴 땐 정말 너무 속상하다. 씻고 나오는 동안 빨리 차려 놓겠다는 말을 전하고 얼른 주방 불을 켰다. 평소에는 남편의 건강 때문에 밀가루 음식 자제하자고 잘 안 끓여 주던 그 라면을, 남편의 그 한마디에 갑자기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콩나물과 냉동실에 있는 새우까지 집어넣고 세상에서 제일 스피디한 라면 한상을 내었다.



남편은 오늘도 손님 접대를 하고 왔고,

나는 그런 남편에게 라면을 대접을 했다.



"배고팠는데 너무 맛있다. 라면!"

"오늘 갔던 거기 킹크랩 집 좋더라. 당신 담에 꼭 데려갈게."



"그래. 가자... 오늘 하루도 너무 애썼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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