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렇게도 아끼는 남편이면서도 생각해보면 남편 생일날 의미 있는 선물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가볍게 꽃다발 한번 선물할까 꽃시장에 갔다가도, 며칠 뒤면 시들고 고꾸라져 종량제 봉투에 한자리 차지할 꽃 선물. 마음먹었다가도 머뭇거리며 늘 뒤돌아서 나왔다. 인터넷으로 40대가 좋아할 만한 가방, 신발도 끄적끄적 검색도 해보다가도 현실 타협과 선물 이벤트라는 기로에서, 결국 인터넷 창을 닫아버리고 미역국 한상과 저녁 맥주 한잔 기울이는 걸로 남편의 생일을 지나가기 부지기수였다. 그러던 작년,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여보~ 이번 주 일요일 당신 생일이니까, 토요일 친정식구들 초대해서 저녁 먹자~"
남편은 오랜만에 그러자며 메뉴는 무엇으로 준비할 건지, 오시면 막걸리도 한잔하게 막걸리도 사고 그러자며 내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토요일 오후. 남편은 친정식구 맞이 할 준비를 하며 다시 한번 청소기를 돌렸다.
"띵동!"
"여보~ 오셨나 보다~"
남편이 현관문 밖에서 기다리실 어른들을 마중하기 위해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뛰어나갔다. 현관문을 급하게 열자, 문 밖에 서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남편의 친구들. 갑자기 남편은 친정식구가 서 있어야 할 현관 앞에 소위 말하는 남편의 불알친구들이 웃으며 서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놀란 모습이었다. 남편은 그제야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알게 되었고, 남편은 입이 귀에 걸린 채 내게 연신 고마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냈다.
친구들 초대 전 날. 나는 친구들과 밤새도록 웃고 떠들며 먹을 음식과 한껏 기울일 술을 양손 한가득 준비해 남편 몰래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고,
친구들 초대 한 달 전.남편의 친구들에게 남편 생일에 맞춰 올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미리 약속을 미리 정했다. 남편에게는 비밀로 부쳤다. 놀다가 집에 갈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밤새 놀다가 꼭 자고 가라는 말도 미리 덧붙였다. 모두들 나이가 있다 보니 가정 있는 몸이기도 하고, 이제는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살다 보니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친구 아내가 미리 이렇게 정해주면 각자 와이프한테 얘기하기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친구들은 흔쾌히... 사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어찌했냐며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내 나이도 사십인데 기특하다는 소리까지 들은 날이었다.
솜씨는 부족하겠지만 남편을 위해 마련한 자리. 미리 준비한 잇단 술상 메뉴들로 그날 남편의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는 과히 성공적이었다. 남편이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시어머니와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어머님은 내게 고마워하는 내색을 연신 도와줄게 없냐는 표현으로 대신하셨다. 어머님이 어떤 마음이셨는지는 말씀 안 하셔도 나는 안다.
올해도 8월 남편 생일은 그리하였다.
남편 생일날. 롤낵스 시계? 구짜 가방? 탐 브라운 카디건? 따위의 물질적 선물과는 비교가 안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