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누워 서로 바빠서 주중에 못 나눴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꺼내는데, 남편이 대뜸 이런 얘기를 꺼냈다.
"난... 내딸... 나 같은 조건에 절대 시집 못 보내..."
난 드러누워 있다가 남편의 그 한마디에 "왜?"라고 묻지는 않았지만, 바로 몸을 일으켰다.
남편은 본인이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특히 딸을 낳기 전까진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보니, 귀하게 고이 키운 딸이 본인과 같은 조건의 남자와 만난다고 하면 도시락을 싸서라도 쫒아다니며 그 결혼을 막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장모님께 너무 고맙다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본인만 보고 이 결혼 승낙해준 것이 감사하다고...
지금보다 더 잘하겠다며 혼자 얘기하고 혼자 답변했다. 나는 남편이 어떤 부분을 두고 얘기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그렇다.
난 22살, 남편 27살에 연애 시작으로, 내 나이 27살에 결혼을 했다.
스스로 금전적으로 자립해서 결혼해야 했던 나.
스스로 금전적으로 자립해서 결혼해야 했던 동시에, 시부모님 부양을 덧붙어야 했던 남편.
22살 내게
"혹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 수 있어....?"라는 한마디...
내게 조심스레 물을 때의 남편의 표정 속에서 간절한 눈빛을 난 보았다.
"나.... 대가족 좋아해... 걱정 마!"
난 짧은 이 한마디로 그의 불안을 눌러버렸다.
생각해보면 내 나이 40.
점점 나이를 들어가다 보니, 누군가에겐 내 결혼 조건이 쉬운 결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난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당신과 인연이 되어 결혼한 점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히려 다시 돌아가도 나를 선택해 달라고 그에게 바랄 수도 있겠다. 본인과 같은 조건에 절대 시집 못 보낸다는 남편의 말에 특별히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답한다.
'이미 나를 위해 그런 마음을 갖는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난 그 마음 하나로 충분해!
내 딸도 나 닮아서 보는 눈이 있을 거고, 그러면 꼭 당신 같은 남자에게 관심이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