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있는 병원을 한번 나설래도 하루는 족히 써야 하고, 도심의 그 흔한 약국 찾기도 할머니 댁에서는 마음먹고 나서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집에 비상약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친손녀사위인 내 남편이 그 역할을 종종 해줄 때가 있다. 사실 너무 고맙다. 남편에겐 남녀 사랑하는 관계 이상으로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따뜻한 감정이 들 때가 많다.
지금은 아버님은 돌아가셔서 시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사실 나는 2009년 결혼할 때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내게 고마운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앞선 이유 때문에가 아니더라도 남편은 연애 때부터도 나의 친정 일에 관한 일이라면 늘 나보다 앞장서서 신경 써주는 편이다.
남편이 택배를 보낸 것도 내 기억에서 잊힐 무렵,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영월 할머니 댁에 방문한 일이 있었다. 연로하신 할머니를 위해 이것저것 방 정리를 해드리는데 방 한구석에 있는 약 꾸러미 상자에서 남편 글씨가 내 눈에 포착됐다.
눈이 어두운 할머니를 위한 남편의 상세한 약 복용법 작성 문구에 난 또 미소가 새어 나왔다.
팔십 넘은 할머니에게 생리통이라는 글귀가 맞는지를 짚고 넘어가고 않고를 떠나서 그런 마음 씀씀이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