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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남자, 여자 둘 중 멀로 태어나고 싶어?

가장의 무게_

by 눈꽃


'띠띠띠띠띠~'


여느 때와 같이 자정 넘어 현관문 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오늘도 술접대를 하고 와서인지 술냄새와 피곤이 가득한 얼굴로 겨우 양말만 벗어던진 채 안방에 들어와 침대 귀퉁이에 앉는다.침대 양 옆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리다가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미소 짓는다.


"힘들지?"


남편 없이 마무리한 반복된 육아에 나도 머리는 산발이고 피곤이 가득하긴 하지만 밖에서 남의 돈을 내 주머니까지 집어 넣으려 용쓰며 다니는 게 너무 힘든 일이란 걸 알기에 짧은 위로의 한마디를 건넨다. 남편은 내게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의 머리를 한 번씩 쓸어 올리며 한참을 바라본다. 갑자기 가장으로써 남자가 짊어진 짐이 버겁진 않은지 내 속뜻이 담긴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오빠~ 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남자, 여자 둘 중 멀로 태어나고 싶어?"


".........."



남편은 한참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가 싶더니, 내게 대답했다.



"사랑받는 개... 그냥... 사랑받는 개로 태어나고 싶어."



웃으며 "뭐야~ 무슨 대답이 그래..."라고 해놓고 지친 몸 이끌고 씻으러 들어간 남편이 없는 틈을 타 난 눈물을 훔쳐야 했다. 평소 힘든 내색을 안 하는 남편이라 "개"라는 대답에 난 3초를 웃고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대답이었다.



'여보... 힘들지.... 오늘도 고생했어.

매일 열심히 애써주며 살아내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더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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