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고르는 대신, 눈으로 봤던 것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말보다 침묵을 택하게 되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성격일 수도 있지만 상대가 나를 오해할까 걱정하면서도, 입을 여는 것보다 그냥 그 순간만을 지켜보는 게 더 나은 나날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무조건 솔직하게 표현하고 털어놔야 했던 것들이 후련한 줄 알았건만.
“무언가에 솔직해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마음에 드는 건 개방적으로 얘기하고 서운한 건 말해야 풀리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말로 뱉어내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감정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걸 알게 된 뒤부터는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게 되었다.
괜히 말을 꺼내서 낭패를 보기보단, 아무 표현도 하지 않았을 때가 나라는 사람의 온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전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침묵이 전하는 감정은 때론 정확하다
사람은 사회의 동물이라 말을 통하여 서로 가까워진다고들 하지만
말이 필요 없는 사람과 옆에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하다’는 감정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모든 사회관계가 마찬가지이다. “억지로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그냥 두었을 때 오히려 곁에 머문다.”
누군가를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일이다.
서로의 관계에 말없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면 그것은 감정이 꼭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사실 좋아하는 장면들이 전부 고요했다.
누군가 말없이 옆에 있어주거나 등을 토닥이던 순간,
누군가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손을 잡아주기도 했던 그런 날들.
이런 감정을 말로 설명하면 오히려 그 원천을 잃는다.
‘괜찮아’라는 말보다 ‘괜찮다고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더 위로가 된다.
이걸 깨달은 이후로는, 점점 말을 줄이게 되었다.
침묵 속에서 모든 걸 듣고, 많이 바라보고, 많이 느끼게 되었다.
때로는 침묵이 자기 자신을 더 반짝이게 만든다고 느낀다.
조용함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말을 아낄수록 마음이 정화된다.
누군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편한 사람으로”으로 기억되거나 남는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이자 특별하다.
그 말은 즉슨,
“어떤 상태든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말없이 전해왔다는 뜻이니까.
우리는 자주 말로 사랑을 고백하거나, 말로 감정을 표현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말 너머의 것들이다.
무언가를 참고 있던 눈동자,
입꼬리는 웃고 있지만 흔들리는 목소리,
누군가를 떠나보내기 직전 끝내하지 못한 한 마디.
그런 것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말하지 못했던 수많은 발자취들이
어쩌면 삶 속에서 가장 빛나던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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