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벌써 인생 2막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되어간다.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 마음을 먹고 나름 자유롭게 살고 싶어 18개월 동안 머리를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얼굴을 몰라보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예술가 같다며 멋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아내는 단정하게 자르라고 성화를 댄다.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머리를 기르는 일은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중에 한 가지다. 다만 매일 감으며 한참을 헹궈야 하니 물이나 샴푸 값은 더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공직생활 35년의 절제된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으로 변화를 주고자 시작한 일이기에 2막의 삶이 나는 행복하다. 소소하지만 머리 기르는 일 하나만큼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좋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살지 말아야겠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살고 싶다. 머리뿐만 아니라 옷도 편하게 입고 다닌다. 새로 다니는 직장은 항상 야외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굳이 단정하게 차려입을 필요도 없지만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또한 함께 있는 직원들이 일하기 편한 복장인데 나 혼자 하얀 셔츠를 입고 출근할 수 없는 일이다.
자유 속에 엄격함이 있다.
아무리 자유롭게 살고자 해도 나름의 엄격함은 있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 대한 질서를 흩트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유롭게 살지만 나로 인하여 직장 내 일하는 분위기를 망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나에게 주어진 직책도 있다.
주어진 직책에 의한 책임이 따르게 되는 것이고 직장을 위해 하루 한 시간도 허투루 쓰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서 출근 시간은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지만 퇴근 시간은 사무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좋다.
개인적인 활동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가끔은 장기간 여행할 때가 있으면 사전에 말하고 휴가를 갈 수 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사무실 일이 한가할 기간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 대신 출근을 하고 일을 할 때는 굿은 일 편한 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한다. 왜냐면 나에게 지급되는 급여의 가치가 헛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주말 당직이 있다.
주말에는 직원 셋이서 돌아가며 당직 근무를 한다.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주말에도 해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직원들을 대신해서 당직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주말에는 나 보다 젊은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풍물을 배우며 징을 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는 동네 회관에 형님 형수님들과 모여 풍물을 배운다. 나는 꽹과리를 배우고 싶었지만 우연하게 징을 배우게 되었다. 풍물은 모든 악기가 신명 나게 치고 움직이지만 그래도 꽹과리가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가는데 매력이 있어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징을 배우며 풍물의 흐름과 장단을 익혀가며 꽹과리는 기회가 되면 천천히 배우려고 한다.
1년에 한 번을 꼭 여행을 가려고 한다.
가능하면 매년 한 번은 해외여행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여행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오롯이 아내를 위해서 생각한 일이다. 나는 공직에 있을 때 어느 정도는 다녀봤지만 아내는 집안 살림과 아이들 교육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싼 여행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아직까지 몸은 건강하니 너무 편한 여행 보다 저렴하고 몸은 피곤해도 알찬 여행을 찾아보는 중이다.
스스로 노력해서 여행 경비를 만든다.
여행을 준비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새로운 직장을 다니고 있고 연금도 일부 받고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멀리 가까이를 조절해 가며 다니면 충분하다. 여행은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시작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되는대로 SNS를 이용해 여기저기 가격이나 선택관광 등을 비교해 가며 찾아본다.
서로 잘 살면 그만이다.
아이 둘이 있는데 둘 다 여의살이를 시켰다.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부모로서 마음이 흐뭇하다. 이제 10월과 11월이면 두 아이 모두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게 된다. 드디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나는 35년의 공직생활을 산전수전 파란만장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퇴직하고 지금의 인생 2막은 주변에서 부러워할 만큼 하루하루가 새롭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두 아이 모두 여의살이 시키고 퇴직을 했다.
혼인은 부모가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한 집안과 집안의 인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성이 바르고 착한 사람이 두 명이나 우리 가족이 되었다. 우리 부부 둘에서 넷이 되고 여섯이 되었고 이제 아홉이 될 예정이다. 한 아이가 쌍둥이라서 짝수에서 홀 수라는 이변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행복할 일만 남았다.
행복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의료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운동과 식단 조절 등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하는 중이다. 나를 위하고 가족을 위해 걱정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직장생활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인생 2막의 성공을 위해서는 오롯이 우리 부부의 건강이 우선이다. 모두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