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보다 크고 농사꾼은 아닌 사람의 넋두리
올해에도 마늘종을 많이 뽑았다.
나는 7월 마늘이라 부르지만 일반 마늘보다 시기가 빠른 마늘이라고만 알고 있다. 7월 마늘은 같은 시기에 심어도 일반 마늘보다 마늘종이 먼저 나와서 좋다. 종자는 오래전부터 부모님이 심고 수확하고 종자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기에 정확한 이름이나 주산지는 모르지만 해마다 심어서 잘 먹는다.
작년에는 아는 후배가 달라고 해서 한 접을 줬다.
나는 7월 마늘을 심는다고 했더니 무슨 종자인지 물어보지만 명확하게 대답을 할 수 없어 그냥 수확 시기가 7월 경인 마늘이라고만 했다. 그러고 나서 후배가 심어보겠다고 한 접만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라고 했더니 본인이 농사진 일반 마늘 한 접을 가지고 와서 교환하는 식으로 주고받았다.
해마다 마늘종이 많이 나온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마늘종이 풍년이다. 며칠간 많이 뽑아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고 60리터 통에 장아찌도 담았다. 마늘이 영글어 가는 시기가 되면 마늘종을 뽑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그냥 놔두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해마다 뽑아서 나누어 먹는다.
가격은 얼마 되지 않는다.
5월 말경에는 마늘종이 한창 수확할 때라 가격도 비싸지 않고 흔한 식재료 중 하나다. 하지만 가격으로 따지면 하찮을 수 있어도 손수 농사짓고 직접 뽑아서 여기저기 나누어 주면 좋다고들 한다. 모든 것이 있는 사람은 흔하지만 없는 사람에게는 귀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금년에도 이것저것 심었다.
가지는 두세 개만 심어도 충분히 먹고 남는데 뭐 하려고 다섯 개씩이나 심었다고 아내는 성화를 댄다. 올봄에도 밭에 고추와 토마토, 오이, 참외, 상추, 양배추를 심었고 고추는 청양, 꽈리, 아삭이, 비타민, 가지 등 다양하게 심었다. 그중에 일반 고추는 수확 해서 김치 담고 김장하는데 양념으로 먹을 수 있는 만큼 심어서 수확하고 씻어 건조하는 기계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매년 200여 포기를 심는다.
나누는 기쁨은 받는 기쁨의 두 배가 된다.
나는 해마다 밭에 이것저것 심어서 잘 자라면 먹고 안 자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밭을 한 해라도 놀리면 풀에게 점령당해 이듬해는 농사를 짓기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작물을 심어야 한다. 올해도 마늘종을 시작으로 풋고추나 가지 등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여기저기 전화해서 통화가 되면 나누려고 한다.
신선함은 최고로 보장된다.
퇴근길에 밭에 들러 농사도 살펴보고 먹을 만큼 자란 야채는 당일 수확하고 나누어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받아서 먹는 사람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다. 특히 청양 고추나 아삭이 고추, 꽈리고추와 가지 등은 밑반찬으로 먹기 좋은 것들이라 나누어 주면 싫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엊그제는 시금치와 아욱씨도 뿌렸다.
야채 중류 중 씨앗을 수시로 뿌리고 수확하는 작물이 있다. 얼갈이배추와 아욱, 시금치 등은 수시로 뿌리고 수확하여 1년에 몇 번을 먹을 수 있다. 7월경에는 당근과 열무씨도 뿌릴 예정이다. 물론 시장에서 사면 얼마 비싸지는 않아도 직접 심어서 먹을 수 있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 좋다.
농촌 살이는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 너무 지치고 힘들 때는 풀도 자라야 한다는 너그러운 마음씨를 베풀어 잠시나마 나태함을 부리기도 한다. 더 심하게 말하면 게을러져서 밭에 야채보다 풀이 더 많이 자랄 때는 친환경으로 재배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고 만다.
오늘 아침에도 양배추 모종에 물을 주고 고추밭을 둘러보고 출근을 했다. 한낮에는 뜨거운 열기가 밤사이 식어가며 아침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 작물에 생기를 주는 자연의 섭리를 보며 아무리 어려워도 다 살게 마련이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