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꾸려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행복하다.
우리 속담에 품 안에 자식이란 말과 100살 먹은 부모가 80살 먹은 자식을 걱정한다는 말이 있다. 평생 부모의 품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성장을 하면 떠나보내야 하는 심정과,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100년을 살아도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당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에게만큼은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여의살이 시키면 끝인 줄 알았다.
자식들 공부 다 시키고 직장도 잡았으니 여의살이만 시키고 나면 오롯이 내 인생을 살 줄 알았다. 여의살이를 시키다 보니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지만 걱정이 앞서는 일이다. 내가 아닌 내 아이와 사는 사람라고 해도 시댁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시댁 식구들과 적응하려면 서로가 불편할 수 있다.
새로운 식구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두 아이는 대학교 시절부터 사귀게 되어 결혼까지 결실을 맺었다. 새로운 식구가 되기까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만 바라보고 생면부지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기에 다른 모든 일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기꺼이 우리 집안을 선택했다. 나는 그 선택이 헛되이 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며칠을 고민해야 했다.
다행히 살갑고 착하고 바르게 자란 아이들이었다.
서로 부부가 되기까지 살아온 과정이나 집안의 내력과 관습이 다르지만 상대방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데 있어 스스로 부족함을 채워갈 수 있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상견례를 하고 혼인 날짜를 잡고 순조롭게 여의살이를 시켰다.
그래도 또 걱정이 있었다.
결혼하고 살림을 차린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손주 소식이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두 아이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인데 아무리 자식이라도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나마 결혼을 한 것도 고마운 일인데 조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이 아이들 부부에게 불편할까 봐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MZ 세대는 현명하다.
부모님 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MZ 세대는 현명하다. 자식들에게 대놓고 말을 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알고 있다. 다만 계획에 따라 그 시기가 있기 때문에 지연되는 것일 뿐 대부분의 MZ 세대는 결혼과 아이는 당연한 결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덕분에 어느 날 작은 아이 내외가 집에 찾아와 꽃으로 장식한 예쁜 박스를 선물이라며 내미는 것이다. 받아서 열어 보니 초음파 사진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이제 손주가 태어나면 할머니 할아버지로서 할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런 걱정은 기쁘고 행복한 걱정이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 큰아이 내외로부터 전화가 왔다. 불과 며칠 사이로 손주 소식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두 아이가 거이 동시에 손주 소식을 전해주니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기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두 아이를 여의살이 시키고 나서 조급 함이지만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일피일 시간이 지나고 기대감이 무뎌질만할 때 손주 소식을 듣고 날짜를 정해 한 자리에 모여 밥이라도 한 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데 함께 모여서 축하도 하고 작은 아이가 큰 아이가 살고 있는 집을 못 가봐서 겸사겸사 모이기로 했다.
작은 아이 내외를 태우고 인천으로 향했다.
집안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쉽지 않은 현실이다. 더구나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고 나서 이렇게 모이기는 처음이다. 모두 모이는 날을 정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 가족 6명 모두 각자 직업이 다르다 보니 누구 한 사람은 양보가 있어야 날짜를 잡을 수 있다.
처음으로 가족 단합대회가 열렸다.
내가 가정을 꾸리고 나서 둘이 되었고 셋에서 넷으로 되고 다섯에서 여섯으로 되었다. 아직까지는 여섯이지만 금년 10월경에 일곱이 되고 11월경에는 아홉이 될 예정이다. 먼저 우리 가족이 되어준 두 아이와 앞으로 태어날 손주 셋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니 행복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잘할 수 있는 아이들인데 괜한 걱정으로 조바심을 갖은 내가 미안할 뿐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잘 키워준 아내와 잘 자라서 가정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고맙다.
이제 걱정은 내려놓고 내 삶을 살아야 할 텐데 손주가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