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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와 대화하기

언어는 말로도 통하지만 손짓발짓으로도 통한다.

by 박언서

서울에 볼 일이 있어 다녀왔다.

우리 회사에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데 여권 기간이 만료되어 대사관을 방문해 재발급을 받아야 한단다. 우리 근로자들은 한국어가 조금 서툴고 지리적으로 서울 가는데 어려움이 있어 데리고 갔다 데리고 온다.

서울을 가는 날이면 새벽에 출발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4명으로 국적은 태국이다. 그래서 한남동에 있는 태국대사관으로 가지만 새벽에 출발해 08:00 경에 도착을 해도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서둘러서 가면 일이 빨리 끝나기 때문에 06:00경에 출발을 해야 한다.

두 시간은 가야 도착한다.

새벽에 출발을 하느라 아침을 먹지 못해서 가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이고 나는 커피를 한 잔 하며 기다려 준다. 그렇게 서두르고 일찍 출발을 해도 서울 시내에 진입하면 도로가 막히는 구간도 있고 네비를 잘못 보고 옆길로 가는 경우도 있어 어렵다.

우리만에 호칭이 있다.

우리 근로자들은 호칭을 사용할 때 이름의 한 글자를 따서 엉, 딱, 훅, 까이 등으로 부른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이 너무 길거나 발음이 어려워 정확하게 부르기도 어렵지만 서로가 불편해서 나름의 방법으로 정한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누가 훅이고 딱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다음에는 “딱”을 데리고 가야 한다.

엊그제는 “까이”라는 근로자를 데리고 태국대사관에 가서 업무를 보는데 약 3시간가량 소요되었다. 08:00에 도착해서 11:00경에 끝날 때까지 혼자 기다리는데 어려웠다. 특히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카페에서 기다리기도 그렇고 해서 한남동 대사관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지만 주택가라서 주민들이 이상하게 여길까 봐 그만두었다.

대사관에는 민원 주차장이 없다.

처음에는 골목길에 주차를 했는데 왠지 불안하다. 골목마다 지정 주차구역이 설정되어 있고 노란선이 그려져 있어 주차 금지구역인 건 확실하다. 하는 수 없이 대사관에 들어가 경비 근무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조금만 올라가면 주민자치센터가 있으니 거기에 주차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한남동주민자치센터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다시 대사관에 내려와 "까이"가 볼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한국어는 눈치로 판단한다.

“까이”가 밝게 웃으면 나온다. 나는 잘 끝났냐고 물어보지만 내 말을 알아듣는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에 몇 년을 근무해도 기본적인 말만 알아듣고 언어를 구사하는 단어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그것도 대부분 반말로 한다. 나는 한국어로 말하다가 못 알아들으면 가끔 영어 단어를 생각해서 한국말과 영로를 섞어서 하면 대부분 알아듣는다.

점심때가 되었다.

오랜만에 경부고속도로를 지나가게 되었다. 역시나 한남대교를 지나서부터 차가 밀리는 것이다. 예전에도 항상 밀리는 구간이었는데 변함이 없다. 내려가는 중간에 휴게소를 들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무엇을 먹고 싶으냐는 말에 그럼을 보더니 라면정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맵다고 알려주며 표정을 지었는데 그래도 먹는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같은 것을 주문하고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까이”가 먹는 중간에 라면을 먹다 말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밥은 말아먹지도 않고 라면도 반정도만 먹다 남겨놓고 나간다. 그래서 어디 가냐고 했더니 손으로 배를 가리키며 나간다. 나는 혼자 생각에 속이 불편해서 화장실에 갔다 들어오겠지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안 오는 것이다.

도대체 말이 통해야 자세하게 물어보지!

휴게소는 점심때라서 손님이 많은데 마냥 앉아 있기가 민망해서 전화를 했다. 받기는 하는데 대화가 안 되어 내 말만 하고 끊어야 했다. 그리고 밖을 보니 “까이”가 서성거리는 것이다. 그제야 식판을 치우고 식당을 나와 “까이”한테 물러봤더니 다 먹고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그 사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도망간 것은 아닌지 아니면 식당을 못 찾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반갑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 볼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내려왔다. 근로자를 데리고 대사관에 가는 일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오롯이 돈을 벌기 위해 타국에서 고생하는 근로자를 보면 무엇 하나라도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삶의 목적은 똑같다. 결국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다음에는 “딱”을 데리고 가는데 무슨 대화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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