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루는 14시간도 모자란다.
직장인이라면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을 한다. 또한 특별한 일이 있으면 시간 외 근무를 하기도 하고 직장의 여건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다. 특히 주간과 야간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교대근무를 지정하여 근무를 한다.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이라고 해도 나름의 문을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을 정해서 운영한다. 그래야 이용하는 사람이 헛거름을 면할 수 있고 편리하다. 하지만 문을 여는 시간은 업종별로 각기 다르기도 하고 같은 업종이라 해도 똑같은 것은 아니다. 또한 이른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 목욕탕이 있는 반면 점심때만 장사하는 식당도 생겨났다.
24시간 일을 하는 곳도 있다.
파출소나 병원, 공항 등 문을 닫으면 안 되는 업종도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파출소나 병원은 주민의 치안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하루도 문을 닫으면 안 되는 곳이다. 그리고 공항이나 공항과 연계되는 업종은 시차가 다른 나라와 오고 가는 교통을 담당하고 있어 시간과 관계없이 운영되는 곳이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이 없는 직종이 있다.
농부는 밖이 훤하면 일어나서 어두컴컴하면 집에 들어간다. 해가 뜨기 전부터 일을 시작해 해가 지고 나서도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 더구나 농번기에는 일손이 부족하지도 하지만 할 일도 많아서 어쩔 수 없다. 또한 한낮에는 폭염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뜨겁기 전까지 일하고 한낮에는 쉬었다가 폭염이 한 풀 꺾이면 어두울 때까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가 길고 짧은가 보다.
농번기인 6월부터 05:00경이면 밖이 훤해진다. 그리고 저녁 20:00경까지도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둡지 않다. 그렇지만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농한기라 그런지 하루가 짧아져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져서 아침은 07:30경에 훤해지고 17:00경이면 어두워진다. 그러니 농부에게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밖이 훤하면 시작하고 컴컴해지면 일을 마친다.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농부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본인이 재배하는 작물이나 가축의 품종에 따라 지켜야 하는 시간이 있다. 물이나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사료를 주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며칠을 비우거나 여행 등을 하려면 대체 인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만큼 농업은 일을 하는 시간이나 노력에 대한 결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부터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생긴 모양이다. 그만큼 정성을 들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서머타임도 있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현재도 서머타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가 일찍 뜨는 계절인 3월 둘째 주 일요일부터 11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1시간을 앞당기고 다시 표준시로 돌아간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시행을 하였으나 불편해서 그런지 몰라도 표준시만 적용하고 있다.
시간은 모든 일에 기준점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불문하고 시간은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시간은 돈이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시간을 가치로 평가하고 시간과 관련된 약속은 신뢰를 평가했다. 이렇듯 시간이나 돈 그리고 약속이나 신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이 마주하고 살아야 한다.
하루가 엄청 길다.
엊그제 스마트 마을 방송으로 회관 앞 화단 제초작업이 있으니 27일 06:00까지 나오란다. 그리고 총무인 나는 공동작업에 참여하는 주민들 간식으로 빵과고 우유를 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빵집이 없으니 전날에 빵과 우유를 사서 아침에 가지고 갔다. 그런데 참여하는 주민이 평소보다 많아 보여 인원을 파악해 보니 20명이 훌쩍 넘는다. 어찌할까 고민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읍내에 나와 빵과 우유를 더 사서 가져다 드리고 출근을 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아마 오늘 하루 14시간(05:00 ~ 19:00)을 바쁘게 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