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어르신들의 소소한 일상입니다.
엊그제 경로당에 갔었다.
군수가 각 마을 경로당을 방문해서 어르신들이 생활하시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하는 취지로 읍/면 경로당을 모두 다니면서 우리 마을 경로당에 온 것이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마을 아주머니들은 점심 준비를 하고 이장을 비롯한 마을 임원들은 창고 정리와 주변 청소 등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는 마을 총무을 보기 때문에 이런 행사가 있으면 참석을 해야 된다는 의무가 주어져 사무실 일정을 비우고 참석했다.
하필이면 손님이 오는 날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군수가 도착하기 전부터 담당 과장하고 면장 등 관계자들이 먼저 와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마을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눈다. 예전 같으면 먼저 나온 관계자들이 이거 해라 저거 치워라 등 간섭이 많았었는데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그런 경직된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저 예의상 관계자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떡 하고 잡채도 했다.
마을에서 음식을 하면 맛있다. 그 이유는 여럿이 함께 만드는 음식에는 양념이 듬북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 솜씨가 없는 사람은 맛없다는 탓을 들을까 봐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오찬을 하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건의나 애로사항을 대화할 예정이다.
평소에도 회관에서 공동 급식을 한다.
농한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 공동 급식을 하는 행복경로당으로 운영비를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손님이 오셔서 함께 식사를 한다니 소홀이 준비할 수 없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여느 때 같으면 간단하게 하는데 떡고 하고 잡채와 전도 부치는 것을 보니 기대가 된다.
군수가 점심때에 맞춰서 도착을 했다.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진도 찍어가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친근감 있어 보기 좋다. 이제 관료적인 이미지는 없어지고 주민들의 대화에 맞장구를 여유가 있어 보인다. 주민 한 명이 군수님과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말에도 기꺼이 응하기도 하고 단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건의에도 회관을 배경으로 밖에서 찍으면 좋은데 비가 오니 안에서 찍어도 괜찮겠냐고 한다.
공식적인 방문 목적을 설명한다.
점심을 먹기 전 먼저 군수가 하고 이장, 노인회장 등 돌아가며 감사 인사를 한다. 인사가 끝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있다는 군수의 말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흐뭇해하는 표정이다. 소소하지만 간이 적당한 나물과 모둠전 그리고 도라지 무침에 소고기 뭇국이 시원하니 맛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화기애한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행복경로당의 맛있는 한 끼 밥상이었다. 물론 평상시 보다 몇 가지 반찬을 더 준비했지만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어르신들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손님맞이를 잘 끝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잔치 아닌 잔치를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마을 어르신들 게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노후를 즐기며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