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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의 계절

땀 흘려 지은 농사라 그런지 맛있다.

by 박언서

엊그제 친구가 전화가 왔다.

공직생활을 함께한 친구인데 지방에 살다가 퇴직을 하고 광역시로 이사를 갔다. 그래도 고향에 농지가 있어 주중에 내려와 블루베리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으며 지낸다. 그런데 작년부터 조금씩 수확을 하더니 올해에는 수확량이 늘어나 바쁘다며 갖다 줄 수는 없고 시간이 되면 와서 블루베리를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그 친구와는 함께 공직에 있을 때에도 아이들이 또래가 있어 친하게 지냈었고 퇴직을 하고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다.

손을 놀리지 않는 친구다.

퇴직을 하고 자주 볼 수는 없지만 블루베리 수확철에는 한 달여 기간 동안에는 바쁘기 때문에 농막에서 잠을 자가며 일을 한다. 나는 오전 일정을 끝내고 오후에 잠깐 들러서 얼굴도 볼 겸해 블루베리를 가지러 갔다. 커다란 하우스에서 포장 작업을 하는 친구를 보니 옷에 땀이 흥건하다. 친구 아내랑 친구의 여동생과 셋이서 담고 무게를 재고 포장을 하는 모습이 공무원 할 때 와는 딴판이다.

나이를 먹으면 건강이 우선이다.

얼굴을 보니 건강하게 보이지만 몸은 많이 왜소한 것 같아 물어보니 살을 뺐다고 한다. 그러는 중에 술은 될 수 있으면 안 먹고 담배는 여전하게 피우고 있단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술은 조금씩 챙겨가며 먹고 담배를 끊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담배는 도저히 못 끊겠다고 한다. 훗날 손주라도 태어나면 담배 냄새 때문에 아이들이 싫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단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난다.

얼마나 무더운지 작업하는 친구나 앉아 있는 나도 땀이 난다. 친구와는 격이 없는 사이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포장 작업에 분주하다. 잠시나마 지난 시절을 회상하고 퇴직하고 사는 얘기를 나누며 헤어졌다. 친구가 차에 실어 준 블루베리를 집에 와서 열어 보니 많이도 담았다. 아내가 박스를 보고 놀라는 표정과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잘 먹겠다는 말과 함께 아내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나누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차고 넘쳐도 나누는 마음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은 더 그렇다. 또한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상품성이 좋은 것은 판매를 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만 먹어야 하는데 나에게 준 블루베리는 상품성이 좋은 4kg가량이 들어있었다.

나도 농사를 지어가며 가끔 지인들과 나누어 먹기를 좋아한다.

오이나 풋고추, 상추 등 아내와 둘이서 먹기에는 많아 가까이에 사는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다. 그래서 수확철에는 퇴근길에 밭에 들러 이것저것 따서 봉투에 나누어 담고 집에 가면 전화 통화가 되면 한 봉투씩 나누어 주고 연락이 안 되면 그만이다.

소소하지만 정이다.

솔직히 말해 가격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집에 있는 것을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가까운 지인들과 정을 나눌 수 있어 좋고 그런 맛에 나누고 싶은 마음이고 보람이라는 생각이다.

퇴직하고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고 안부를 전하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다. 이제 아이들 여의살이 시키고 두 내외가 오손도손 농사를 지어가며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친구야 고맙네, 이 좋은 세상 늘 건강하게 즐기면서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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