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단골집이 있어 퇴근길이 즐거운 삶
내가 다니는 삼겹살 집이 있다.
특이하게도 상호는 “오후가 즐거운 집”이지만 그냥 줄여서 “오후”라고 부른다. 그 집은 항상 시끌벅적하게 손님이 많아 조용하게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칸막이가 없어 불편하다. 나는 그 집은 지주 이용하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맛있다고 해서 인천에 사는 아이들 내외가 집에 내려오거나 하면 삼겹살을 먹으러 간다.
나름 현지인 맛집이다.
삼겹살을 주문하면 양념돼지껍데가 서비스로 나온다. 그리고 기본 반찬으로 청국장과 고등어무조림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정말 맛있다. 물론 리필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청국장 추가는 계산에 포함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유는 느끼함을 잡아주고 맛이 있어 손님들이 추가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단골에 대한 배려가 있다.
우리 식구들은 삼겹살을 먹으러 가면 항상 앉는 자리가 있다. 바로 주방 앞인데 주인은 홀 서비스에 바쁜 와중에도 우리 자리에 잠깐 앉아한 잔씩 하곤 한다. 그러면서 부족한 반찬이 있는지 확인도 하고 바로바로 내어 준다. 특히 양념돼기껍데는 아내와 아이들이 잘 먹어서 항상 몇 번씩 리필해서 먹는다.
오후가 즐겁다?
물론 오후도 즐겁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오후가 즐거운 것이 아니라 퇴근이 즐거운 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퇴근길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단골 삼겹살집 하나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루를 마감하며 맛난 안주에 술 한잔으로 가볍게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자리는 부담이 없다. 이런 게 직장인의 진정한 행복 아닐까?
맛있는 인심이 손님을 찾게 만든다.
메뉴에 추가해도 될 음식을 서비스로 내어주는 넉넉한 인심과 맛이 어우러졌다. 도시에서는 별도 주문해서 먹어야 되는 양념돼지껍데를 공짜로 준다는 것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놀란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식구들은 메뉴에 있는 삼겹살 보다 서비스로 주는 양념돼지껍데를 더 좋아해서 단골이 되었는지 모른다.
폭염에도 맛있다.
며칠간 30도를 넘는 폭염으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날씨다. 엊그제는 손아래 동서 생일이라 삼겹살집에 갔다. 그런데 몇 년을 살았는데도 이 집은 처음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내가 왜 한 번도 데리고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네 사람이고 손아래 동서는 객지에서 이사를 와서 정착했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웬만한 식당은 한 번씩 갔을 텐데 유독 이 집만 안 왔나 보다.
입맛은 비슷하다.
퇴근하고 바로 식당으로 왔으니 출출할 때라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시간이다. 원래 잘 먹기도 하지만 내가 단골로 다니는 식당이라 인정해서 그런지 맛있게 잘 먹는다. 그렇게 맛있게 먹고 일이 있어 함께 못한 처제가 마음에 걸려 커피집으로 불렀다. 그 커피집 또한 동네에서 맛있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가끔 주인장이 서비스로 조각케이크를 내어 주기도 하고 엊그제는 시식용 하이볼 한 잔을 주는 것이다. 공짜라서 그런지 시원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잘 산다는 것은 고로 잘 먹는다는 것이고 잘 먹는다는 것은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잘 살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지나고 지나면 한 해가 되는 것처럼 오늘도 잘 살아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