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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얘기면 어때 즐거우면 그만이지.

친구들이 모이면 병원이나 아픈 얘기로 마무리하는 나이가 되었다.

by 박언서

엊그제 친구들 모임에 갔다.

무더위 폭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어 좋다. 친구들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데 내가 총무로 일을 보고 있다. 한참 젊었을 때에는 모임 전체 인원이 20여 명이었는데 절반으로 줄어 11명인데 매월 나오는 친구들은 8명 정도에서 들쭉날쭉하지만 두 테이블이라 맛난 음식 먹어가며 대화하기도 아주 좋다.

이번 달에는 무엇을 먹을까?

모임날이 다가오면 항상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 많다. 친구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나 계절에 따라 제철 음식을 골라보려 하지만 녹녹지 않다. 그래서 단톡방에 먹고 싶은 음식을 추천받아도 특별한 것은 별로 없다. 하는 수 없이 결국에는 최종 선택은 내가 하게 된다.

입맛은 각자 다르다.

매달 모임 3~4일 전부터 메뉴를 추천받고 선정하려 해도 모두 한 가지로 의견 합의가 어렵다. 그 이유는 각자 선호하는 음식도 있겠지만 최근에 먹은 음식을 중복되게 먹는 것을 싫어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어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의견 절충이 어려우면 식당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요즘 손님들이 선호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결정을 한다.

한 끼지만 맛있게 먹자.

가격이 조금 비싸도 제철음식이나 맛있는 메뉴를 선정하려 한다. 이제 환갑도 지나고 60대 중반의 나이에 친구들이 모이면 맛난 음식을 먹지만 오고 가는 대화는 병원 얘기뿐이다. 그리고 술은 서로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알아서 먹기로 했다. 이제 건강을 챙기느라 그런지 가면 갈수록 술을 먹는 친구도 줄고 그 양 또한 현저하게 줄었다.

경험담이 솔깃하다.

친구들이 모이면 안부를 전하기 시작하며 아픈 얘기와 병원 얘기가 이어진다. 물론 본인이 경험한 얘기부터 부모님 병원 모시고 고생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부모님 병환 때문에 어디 병원에 갔다 헛고생만 하고 누구의 소개로 다른 병원에 갔는데 어떤 의사가 용하고 어떤 의사는 맹탕이라는 등 생생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

병원 정보는 알아서 손해 볼 일이 없다.

동네 병원이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병원을 찾아가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다. 특히 노인성 질환에는 정형외과나 내과 등 진단과 처치가 바로바로 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또한 처치에 따른 빠른 차도를 스스로 느껴야만 능력 있는 의사라며 만족한다. 그런데 나는 며칠 전 손가락에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에 14:00경 접수하고 18:00가 넘어서 진료를 볼 수 있는 현실에 자책을 했다. 미리 접수하고 볼 일을 보고 다시 가면 된다는 정보를 몰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누구 뭐래도 수도권 병원이란다.

한 친구가 정형외과 경험담으로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이상 증상이 있어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급하게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았다는 것이다. 어느 날부터 급격하게 체중이 감소하고 통증이 계속되어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에 이상을 발견하여 의사가 소견서를 써주며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접수하고 15일 후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절한 처치로 인하여 만약에 오진했으면 죽을 뻔했는데 살았다며 결론은 수도권 병원 칭찬에 열변을 토한다.

다른 친구는 아버님이 95세란다.

95세인데도 불구하고 술을 즐겨 드시기도 하지만 기분이 좋은 날에는 640ml(4홉)도 거뜬하다며 병원 얘기를 찬물을 끼얹는다. 이렇듯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 병원 얘기도 건강한 얘기도 한낫 남에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나에게도 해당되는 일이 되었다. 아무리 의료기술이 좋아졌다 해도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누구나 늙어가며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아프지 말고 죽는 것이라 말을 한다.

이렇듯 60대 중반의 친구들 모임에서는 내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종합병원만 하다 결국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달에 또 보자며 마무리했다. 그래도 다양하고 실제로 겪은 경험담이기에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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