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폭염에도 참외는 주렁주렁 열린다.
참외가 주렁주렁 열렸다.
참외 농사는 비가 적당하면 맛도 좋고 잘 자라지만 비가 많이 내리면 당도가 떨어지고 골아서 먹을 수도 없다. 올해에는 가뭄이 심했는데 지난번에 비가 내려 수분 조절이 잘 되었는지 맛도 좋고 많이 열렸다. 그래서 퇴근길에 밭에 들려 예닐곱 개씩 따서 지인들과 나누어 먹어도 충분하다.
해마다 참외 농사는 잘된다.
매년 참외를 5 포기 정도 심지만 항상 잘 열여서 여럿이 나누어 먹기에 충분하다. 예전에는 수박도 심고 다른 작물은 심어봤지만 여러 번 실패를 해서 이제 참외만 심는다. 한여름 줄기식물 과일 중에는 참외와 수박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솔직히 수박은 겉으로 봐서 잘 익었는지 구분이 안 되어 사 먹는 것이 편하다. 그래도 참외는 색깔로 판단할 수 있어 관리만 잘하면 아주 쉽다.
토마토도 실패했다.
방울토마토와 왕토마토를 서너 개씩 심었는데 가지만 풍성하게 자라고 열매는 별로 없고 비바람에 쓰러져 방치해 놨다. 그리고 뭔 놈에 벌레가 그리 많은지 열매마다 벌레가 있어 따서 집에 가지고 가면 벌래 때문에 아내가 기겁을 한다. 그래서 토마토를 딸 때는 벌레가 있는지 잘 확인을 하지만 그래도 발견을 못 할 때가 있어 아내가 싫어한다.
고추는 종류가 다양하다.
우선 양념으로 사용할 고추는 200여 포기를 심었는데 자라며 뿌리 활착을 못한 것이 20여 개 정도고 벌레가 심해 생육이 부진한 것이 10개 정도 되고 남은 것만 수확해도 양념으로 먹기에는 충분하다.
수시로 따먹는 고추가 있다.
청양고추를 비롯해 아삭이, 가지, 꽈리고추 등 소독을 하지 전에 먹을 만큼 미리 따서 놓고 소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은 따서 지인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이런 야채류는 바로바로 따서 먹어야 식감도 있고 맛있다. 특히 꽈리고추는 멸치와 볶으면 여름철 밑반찬으로 좋아서 조금씩만 나누어도 여러 집이 먹을 수 있다.
오이는 두 종류를 심었다.
노각오이와 청오이를 심었는데 두 가지 다 잘 열어서 청오이는 넘쳐난다. 그런데 노각오이는 가뭄이 심해 너무 써서 껍질을 두툼하게 벗겨내야 먹을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 나누어주기 민망해서 망설여진다. 또한 청오이는 하루만 늦게 따고 훌쩍 자라 먹기에 불편해서 잎새 사이사이 잘 살펴가며 확인을 해야 한다.
아욱씨를 뿌렸다.
처음에 며칠은 괜찮은 것 같은데 잎이 커지기 시작하니 이것 역시 벌레가 장악을 했다. 하는 수 없이 소독을 하고 다음날에 낫으로 순을 치고 새로 나오는 순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초가을에나 아욱국을 끓여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8월만 잘 견디면 된다.
무더위도 8월 말이 되면 한 풀 꺾이게 마련인데 늦더위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예측불허한 것 한 가지가 바로 태풍이다. 매년 한 두 차례는 곤욕을 치러야 하는 태풍은 농사에 아주 민감하다.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심한 경우 한 해 농사를 전부 망칠 수 있어 수확기 작물은 일기예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찬바람이 불면 배추를 심고 무 씨를 뿌려야 한다.
김장은 예전같이 많이 담지 않지만 그래도 농협에서 100개짜리 한 판을 무상으로 나누어 줘서 어쩔 수 없이 심는다. 그러다 보니 배추가 있으면 무가 있어야 해서 씨를 뿌릴 때 총각무와 청갓 씨도 뿌리고 쪽파는 종자를 심고 이것저것 구색 맞추기에 바쁘다.
어정정한 농부도 직업적인 농부 못지않게 한 가지도 허투루 할 수 없다. 다만 일하는 시간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