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고추를 따고 씻어 건조기에 넣기까지~~
고추가 붉어져 첫물을 땄다.
봄에 농약방에서 200 포기를 사다 심었는데 죽고 병들은 것을 제외하면 150여 포기 정도 되지만 그것 모두 실하지는 않다. 그래도 붉게 익었으니 따서 건조기에 넣고 말려야 하는데 아내는 장모님 모시고 치과에 간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아내가 밭에 태워다 주면 혼자서 따고 씻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했다.
농사일은 항상 아내와 둘이서 했다.
고추 농사는 작년까지 300여 포기를 심었는데 너무 힘들다는 아내의 성화에 금년에는 200여 포기만 심기로 하고 아내와 둘이서 밭을 꾸며 비닐을 씌우고 심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혼자서 하려니 어렵기도 하지만 말벗이 없어 심심하기까지 하다. 아내는 장모님 치료가 끝나면 온다고 하지만 일은 그 안에 끝날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밥을 먹고 아내를 재촉하지만 시큰둥하다.
아내는 계획에 없던 일을 하려니 늦잠도 못 자고 아침도 못 먹었는데 굳이 혼자 차를 가지고 가서 할 수 있는 일에 자기를 끌어들여서 싫은 내색이다. 내 생각에는 일을 하는 중에 막걸리라도 한 잔 하게 되면 운전을 할 수 없어 도움을 요청한 것인데 끝내 퉁퉁거린다. 그래도 내가 편하려면 아내가 데려다줘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한 참을 기다려서 밭으로 갔다.
아내는 잠이 부족했는지 간이침대에 누었다.
나는 늦어서 부랴부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왔다 갔다 하는데 아내는 일어날 기미가 없다. 고추를 노란 박스로 두 개 정도 따니 밀차에 한가득이다. 그때서야 잠에 빠진 아내를 깨워서 보내고 고무대야 세 개를 꺼내 놓고 수도에 호스를 연결했다.
세 번을 씻는다.
고추를 따면 세 번을 씻은 다음 건조기에 넣어야 한다. 그런데 혼자서 세 번을 씻으려니 일어났다 앉았다 불편하고 어렵다. 그래도 다라에 물을 받아 깔끔하게 두 번을 씻고 마지막에는 커다란 다라에 담아 놓고 건조기 판을 씻었다. 작년에 사용하고 방치했으니 곰팡이나 찌꺼기가 남아 있어 물 세척을 해야 깔끔하다.
지하수라 시원하니 좋다.
고추를 씻다 보면 손과 발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지하수를 사용하니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그렇게 고추건조기 11판에 고추를 채워 넣고 가동을 시작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1년에 한 번만 하는 때문에 온도와 시간을 맞추고 건조기를 작동하려면 생소해서 한참을 만지작거려야 한다. 조금 어설프지만 고추 따기는 그렇게 마무리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막걸리를 한 컵 했다.
아침에 밭에 갈 때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사이다를 샀다. 일을 끝내고 먹는 막걸리는 행복을 넘어 희열감이 들 정도로 쾌감이 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7/3으로 섞어 시원하게 한 컵 하고 밭에서 딴 참외를 깎아 먹는 사이 아내와 장모님이 도착을 했다. 장모님은 오시자마자 막걸리는 그만 먹고 고생했으니 점심이나 사주겠다고 하신다.
이제 혼자서도 잘해요.
안주로 먹던 참외를 장모님께 한쪽을 드리니 달고 맛있단다. 아침에는 둘이 하던 일을 혼자서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해보니 할 만하다. 장모님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서둘러서 주섬주섬 막걸리 잔을 치우고 읍내로 나가 칼국수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