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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퇴직할 때가 되었다.

by 박언서

계절적으로 날씨도 좋고 해서 며칠 바쁜 일을 접어두고 짬을 내어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해서 다녀왔다. 금년도 상반기에 정년을 앞두고 있는 친구들 3명이 함께 계획한 여행이다. 친구들은 같은 동년배 또래지만 주민등록상 출생 신고한 날짜가 달라 정년을 하는 날짜 또한 나와 다르다.

요즘 MZ세대는 이해를 못하겠지만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미루어서 했다.

1960년대에만 해도 어린아이가 각종 질병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으레 출생신고를 미루어서 하곤 했다. 먹고 살기도 어려웠지만 그에 따른 열악한 위생 상태는 너나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영양결핍에 의한 각종 질병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다 보니 신생아의 생존율이 낮아 출생하고 적게는 몇 개월부터 많은 경우 몇 년을 늦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뿐만이 아니라 출생신고 또한 부모가 직접하기 보다는 마을 이장이나 동네사람 중에 면사무소에 볼 일이 있어서 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대신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 다르거나 한자가 다르게 신고 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마을 이장이 이름을 잘못 신고해서 아버지 보다 촌수가 높은 돌림자로 출생신고를 하였다. 훗날 어쩔 수 없이 법원에 정정신청을 해서 바로 잡았지만 그 당시에는 나와 같이 출생신고를 잘못해서 올리는 일들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1959년부터 초등교육이 의무화가 되며 무상교육으로 되었고, 1945년 해방 당시에는 초등학교 취학률이 64%였기 때문에 국민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도화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교육을 받지 못한 아동들이 1959년 이후부터 한꺼번에 대거 몰려 동네 형이나 동생들과 같은 학년에 다니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요즘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거나 어르신이 돌아가셔도 출생신고나 사망신고 사유는 마을 이장의 보증(인후보증서)만 있으면 모두 처리가 가능하였다. 행정의 영역이 주민에게 미치지 못하던 시대였으니 어쩔 수 없는 방편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책임질 사람은 마을 이장뿐이었다. 그래서 60년대 또래들은 같은 친구라고 해도 실제 나이는 들쭉날쭉하다. 이미 출생신고부터 정확한 날짜를 따져서 올리지 못하다 보니 동네에서 한 두 살 차이는 그냥 친구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학창시절부터 서로 존댓말이 아닌 반말을 하고 살아온 세월을 나이 60이 된 지금에 와서 바로 잡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다.

그 역경의 세월을 견디며 다니던 직장인에서 퇴직을 할 때가 되니 만감이 교차하지만 그런 나이 차이 정도는 서로 이해하고 60 평생을 살아왔다.

6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한 두 살의 나이 차이는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또래로 친구로 함께한 세월을 바탕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변함없는 우정이 중요할 뿐이다. 어느 글에서 보면 나이가 들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 보다는 지난 세월을 함께한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현명하다고 했다. 이제 새로운 무엇을 하기 보다는 지난 세월 나와 함께 쌓아온 것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작년부터 친구들이 직장에서 퇴직하기 시작했다.

금년에 가장 많고 내년과 후년까지면 모두 퇴직을 한다. 인생 60의 절반인 30년 이상을 같은 직장에서 함께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퇴직하는 모습을 지켜 볼 때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지만 아무 탈 없이 떠나는 친구들에게 축하에 박수를 보낸다. 떠나는 친구들에게 바라는 바라 있다면 이제 직장이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남은여생을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야 나도 앞서간 친구들을 뒤따라서 퇴직하고 다시 만나 제2의 인생도 마음 편하게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인생도 여행이라 생각하면 즐겁겠지만 젊어서는 일에 쫒기다 보니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30여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제 한 숨 돌리고 여유를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세월이 흘러 퇴직을 할 때가 되고 말았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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