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사전투표소 근무
지방선거 사전투표 시간이 끝났지만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1시간 30분을 연장하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규 투표시간이 끝나고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대비하여 복장을 완벽하게 갖춰 입고 간단하게 요기도 했다.
투표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 긴장을 하고 있었다.
과연 몇 명이나 올까 궁금해 하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날 무렵 투표장 밖을 보니 승용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은 창밖으로 향했다. 승용차에서 사람이 내리고 투표장 쪽으로 발길을 옮기려하는 찰나 종사 중 한 명이 질문을 했다. 투표하러 오셨나요? 아니요 복지회관에 운동하려고 왔는데요. 죄송하지만 복지회관은 6월 1일까지 지방선거 관계로 휴관입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모두 다행이라 안도하는 표정이다.
누군가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방역복을 입고 실내에서 대기하다 보니 더워지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투표장 밖으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간이 지나가길 바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투표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투표장에 확진된 사람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시간적으로는 1시간 30분이지만 내가 느끼는 시간은 그 보다 더 길었다. 누가 몇 시에 얼마나 올지 상상도 못하고 무작정 기다린 다는 것이 시간을 길게 느끼게 만든 원인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꾸준하게 지나가는 시간의 일부다.
시간은 무엇을 기다린다고 길어지는 것도, 무엇을 위해 할 일을 한다고 짧아지는 것이 아니다. 늘 똑같이 돌아가지만 사람이 느끼기에 따라서 “길다 짧다”로 구분하는 것일 뿐이다. 스스로 어렵게 생각하면 길게 느껴지고, 쉽고 편하고 즐겁다고 생각하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더 먹고 싶고 맛없는 음식은 먹기 싫은 것처럼 말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은 길 수 밖에 없다.
결과가 그랬을 뿐이지 사람들이 분주하게 왔다면 그 분주함 속에서 지루함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을 것이다. 인생은 기다림인지 아니면 다가가는 것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어떠한 목적을 위해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다가가야 할 때도 있다. 누구나 목적을 위해서 주어진 시간 내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싫어도 좋아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일만 할 수도, 맛있는 음식만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
다만 누구 한사람이라도 올 것이라 기대하고 준비를 했을 뿐이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 기다림의 시간이 의미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누가 오고 안 오고를 떠나 불특정 다수의 누군가에게 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물론 누구라도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좀 지루했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그런 의미가 있었다.
과정과 결과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 말 할 수 없다. 내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번에 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린 시간은 모두에게 공정한 참정권을 주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두고 싶을 뿐이다.